대한적십자사가 2월부터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공익법인인 대한적십자사가 1949년 설립 이후 세무조사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대한적십자사는 최근 부적격 혈액을 불법으로 공급해 수혈로 인한 간염 환자가 9명이나 발생한 것과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 등 잇따라 외부 기관의 검열을 받고 있다.
19일 대한적십자사와 세무사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 조사요원 6명이 2월부터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본사에 상주하며 1999년부터 2003년까지의 경리 장부를 조사하고 있다.
국세청은 혈액사업본부와 병원 등 수익이 나는 사업부문의 회계 처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와 이 부문의 탈세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세무사는 “국세청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비영리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신고서 제출로 대신한다”면서 “비영리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는 불성실 신고 혐의가 의심될 때만 실시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적십자사측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그동안 한 번도 세무조사를 받지 않은 공익법인에 대한 의례적인 조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적십자사측은 “적십자 회비와 적십자병원 수익금 등으로 매년 3000여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으나 그동안 적자를 봤기 때문에 법인세를 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감사원은 현행 혈액관리법상 수혈로 인한 질병 감염은 대한적십자사의 ‘단순한 실수’가 아닌 엄연한 불법 행위지만 혈액 관리의 문제점이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문책과 재발 방지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이유 등을 중점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관리법 제19조는 ‘혈액을 관리하는 사람이 혈액의 적격 여부를 검사 확인하지 못할 경우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가 혈액 관리를 소홀히 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지만 혈액관리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한 번도 없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