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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고 나서]시작도 못해본 채 포기한 적 없나요

입력 | 2004-03-19 19:09:00


20일로 이라크전쟁이 시작된 지 만 1년이 됩니다. 미국이 세계를 다스리는 제국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몽골은 이미 13세기에 동쪽의 중국으로부터 서쪽의 동유럽에 이르기까지 대원(大元) 제국을 이뤘습니다.

몽골이 1258년 돌 던지는 투석기들을 활용해 이라크 바그다드 성내를 초토화시켰다는 사실은 지난해 미국이 ‘충격과 공포’ 전략으로 공습에 나선 장면을 연상시킵니다. 아시아의 작은 민족인 몽골족이 유목민 기질로 평원을 누비며 ‘팍스 몽골리카’를 만들어간 역사를 담은 ‘대몽골 시간 여행’(B1면)은 우리에게 ‘안주(安住)’를 경계하라는 교훈을 전해 줍니다.

이런 점에서 항상 낙관과 유머로서 역경을 극복해 간 일본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명예교수의 ‘하면 된다’(B2면)도 시사하는 점이 큽니다. 그는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성치 않은 데다 집안이 가난했고 학창시절 성적마저 엉망이었습니다. 하지만 실험과 도전 정신을 불태우며 “해보지 않고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고 하지요.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B7면)를 읽으면 작품을 위해 자기 자신마저도 제물로 바치는 예술가의 운명을 보는 것 같습니다. 백조가 숨을 거두기 직전,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듯이 플라스가 죽기 넉 달 전 마지막 에너지를 퍼부어 수십 편의 절창(絶唱)을 쏟아내는 과정은 길고 아픈 여운을 남깁니다.

책의 향기팀 b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