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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이 고기는…’ 동아프리카선 왜 달걀을 꺼릴까

입력 | 2004-03-19 19:25:00


◇이 고기는 먹지 마라?/프레데릭 J 시문스 지음 김병화 옮김/660쪽 2만8000원 돌베개

동부 아프리카의 여러 부족들은 유럽인 여행자가 달걀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그 여행자가 쓰레기를 먹고 있는 듯한 역겨움을 느낀다. 에티오피아의 무슬림들은 낙타고기를 중요한 음식으로 여기는 반면 고원지대에 사는 기독교 신자들은 낙타고기를 불결하다고 먹지 않는다. ‘혀가 없는 물고기를 죽이는 일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라는 티베트 속담이 있는데, 이는 물고기가 도움이나 자비를 청할 수단이 전혀 없는 불쌍한 존재라는 의미다.

이 책에서 저자는 30년간 아프리카와 유럽, 인도, 아시아 등을 여행하며 각 민족이 갖고 있는 특정 육류에 대한 금기들을 역사적이고 문화사적인 관점에서 탐구했다. 고대로부터 현대까지의 대표적인 일곱 가지 육류 식품(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와 달걀, 말고기, 낙타고기, 개고기, 생선)을 일부 지역에서 기피해온 현상의 기원을 찾는다.

그는 특정 고기를 먹지 않는 것과 관련해 종교와 문화적 측면에서 다양한 코드를 찾아낸다. “인도에서 쇠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소를 농업에 이용하기 위해서였다”는 식의 경제학적이고 영양학적인 관점의 기존 서양식 해설에는 오류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도의 쇠고기 거부는 자이나교와 불교의 ‘불(不) 살생’ 개념에서 기원했는데, 11세기 무슬림 침입 이후 힌두교와 이슬람교가 경쟁하는 사이에서 ‘신성한 암소 개념’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풀이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