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과 문재인(文在寅)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공개 회동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이 강 장관에 대한 특별직무감찰을 주장하고 나서는 등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서울 서초구 M호텔 비즈니스 센터에서 19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정도 계속됐고, 비서진이나 외부 참석자는 없었다.
두 사람의 대화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 전 수석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의 간사대리인을 맡고 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대책회의를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변론 대리인단은 변론 논지를 담은 답변서를 준비 중이고, 법무부도 헌재의 요청에 따라 탄핵심판 사건의 적법성에 대한 의견서를 준비하고 있어 회동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당장 "강 장관의 행동은 본분을 망각한 경거망동"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양당내에서는 강 장관이 대한민국의 변호사이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가 아니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민주당은 강 장관에 대한 특별직무감찰을 감사원에 공식 요청키로 했다. 조순형(趙舜衡) 대표는 "국회의 탄핵 소추는 정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개인에 대한 것이다. 법무장관의 행동은 월권이고, 국가 공무원으로서 부적절하다"며 직무감찰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재(金聖在) 총선기획단장은 해임 요구까지 주장했으나, 탄핵 정국 속에서 또다른 역풍이 일 수 있다는 반론이 많아 공식 당론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한나라당 배용수(裵庸壽)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강 장관이 문 전 수석을 만나 탄핵심판 논의를 한 것은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며 법무부 수장으로서 책무를 망각한 위험한 망동"이라고 비판했다.
배 부대변인은 이어 "'노무현 구하기'에 법무장관이 직접 나서는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영향을 주려는 불순한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며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의 엄중문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문 전 수석이 민정수석을 그만둔 이후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전혀 없어서 강 장관이 인사차 만났다"며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탄핵심판' 의견서 초안은 이미 작성돼 있다"고 해명했다. 열린우리당도 즉각 강 장관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미경(李美卿) 상임중앙위원은 "대통령이 권한 정지돼 있긴 하지만 그 장관들은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라며 "잘못된 탄핵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의논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꼼짝마라'식의 태도는 오만방자하다"고 비난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