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영국 언론들이 코카콜라가 수돗물을 생수라고 속여 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코카콜라는 “중요한 것은 수원(水源)이 아니며 정화과정을 거쳐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국내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빙하에서 추출한 물, 수심 200m에서 채취한 물, 알프스산 천연 호수의 물…. 어떤 것은 한 병에 1만원이 넘는다. 그런데도 없어서 못 살 정도란다. 물은 몸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필수요소다. 소화, 흡수, 순환, 배설 등 모든 기능에 관여하며 혈액과 림프를 구성한다. 22일은 세계 물의 날. 물로 건강을 챙기는 방법을 알아봤다. 》
▽좋은 물이란=의학자들은 모든 불순물이 제거된 물을 가장 좋은 물로 꼽는다. 물을 끓인 후 수증기를 모아 만든 증류수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증류하면 몸에 좋은 미생물마저 다 죽어버린다”며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흔히 생수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샘물은 살균 과정을 거친다. 정수기도 각종 세균과 중금속을 걸러낸다. 따라서 이런 물도 어느 정도 좋은 물로 볼 수 있다.
수돗물은 어떨까. 끓이면 대부분 독소가 죽지만 미네랄은 남아있다. 다만 중금속은 아무리 끓여도 없어지지 않는다. 결국 당국의 수질 관리를 믿을 수밖에 없다.
자연 상태의 약수나 샘물에 대해선 논쟁이 많다. 미네랄이 풍부하지만 각종 독소나 미생물 역시 들어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네랄 논쟁=미네랄 함량만 보면 수입산 미네랄워터가 국내산보다 높다. 실제 수입업체들도 ‘풍부한 미네랄’을 가장 강조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물에 들어있는 미네랄의 건강 효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물의 가장 큰 역할이 수분 공급인 데다 이미 다른 음식을 통해 미네랄을 충분히 얻고 있다는 것.
칼슘의 예를 들어보자. 1L를 기준으로 했을 때 미네랄워터의 칼슘 함유량은 60∼80mg 정도이며 우유는 1000mg 정도다. 성인의 하루 권장량은 700mg. 따라서 칼슘 보충이 목적이라면 우유는 0.7L만 마시면 되지만 미네랄워터는 최대 9L를 마셔야 한다.
이미 충분히 미네랄을 먹었는데 또 다시 미네랄워터를 많이 마신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칼슘, 철, 소디움 등의 미네랄은 지나치게 섭취하면 혈관이나 관절에 달라붙어 동맥경화와 관절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결국 비싼 물을 먹는 것보다 수돗물이라도 제대로 마시는 게 건강의 비결인 셈이다.
▽맛있게 물 먹는 법=대부분 4도 안팎의 차가운 물이 마시기에 좋다. 육각수로 바뀌어 흡수가 잘 되기 때문.
보통 물 분자는 오각형의 고리 모양을 하지만 온도가 내려갈수록 육각형의 고리 모양인 육각수로 바뀐다. 세포벽을 통과해 필요한 기관으로 쉽게 이동한다. 정수기 물은 냉장 상태에서, 수돗물은 끓여서 냉장고에 2, 3시간 넣어둔 뒤 마시면 된다.
입맛에 따라 물을 끓일 때 보리차나 옥수수차 티백을 넣으면 ‘물도 먹고 영양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한방에서는 사기그릇에 넣어 마시면 물의 성질이 변하지 않아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분유를 탈 때는 미지근한 물이 좋다. 유아들은 아직 장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차갑거나 뜨거운 물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티백을 넣고 끓인 물도 좋지 않다. 여기서 나오는 영양분을 아직 소화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도움말=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황의경 교수, 가톨릭대 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내과 김광원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