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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전망대]권순활/‘대행체제’ 이후의 경제

입력 | 2004-03-21 17:50:00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열흘가량 지났다. 탄핵안 찬반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하지만 다행히 경제 분야는 흔들리지 않았다. 주식 외환 채권시장은 거의 동요하지 않았다. 경제와 함께 국정의 한 축인 안보도 제자리를 지켰다.

‘대통령 유고(有故)’는 정치적 대격변이다. 이런 속에서 민감한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보인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노무현 대통령이 구축한 시스템 플레이가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관변 논리는 얼마나 설득력을 갖고 있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탄핵정국 속의 경제 및 안보 안정을 이끌어온 주역을 보자.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과 이헌재 경제부총리, 조영길 국방장관 등 탈(脫)이념 실사구시형 테크노크라트였다.

실력과 경륜에 바탕을 둔 안정감이 ‘대행체제’의 순항을 가능하게 한 핵심 요인이었다. 정통 관료와 군인 출신인 이들은 현 정권의 핵심 실세들과 외곽의 ‘박수부대’가 자주 매도하는 ‘기득권 세력’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만약 대통령 유고 후 ‘코드’에 치중한 인사들이 국정을 이끌었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대통령 탄핵안이 법적으로 정당한지 쉽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일이다. 다만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감히 수구(守舊) 정치인들이 탄핵할 수 있느냐” 식의 단순 흑백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대통령은 ‘나라님’이 아니라 국민의 제1공복(公僕)일 뿐이다.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대행체제 그 이후’의 경제다. 지금 금융시장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우리 경제의 각종 문제점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성장동력 추락과 기업심리 위축은 근본적 고민이다. 9%를 넘어선 청년실업, 유가 등 각종 원자재가격 급등, 가계부채 급증과 금융회사의 부실, 물가불안도 걱정스럽다.

어디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까. ‘세계경제 호황 속의 외톨이 침체’와 사회적 갈등이 두드러졌던 이 정부 첫 1년의 실패와 대행체제 열흘의 안정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한국사회를 뒤집어 새 세상을 열겠다는 생각에 담긴 독소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탄핵반대 여론을 이해하더라도 그것이 실정(失政)에 대한 면죄부일 수는 없다.

특히 경제 정책은 그렇다. 경제 주체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면 된다. 이 부총리가 강조하는 ‘기업부민(起業富民)’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처방전이다.

중국의 명신(名臣) 위징(魏徵)은 당 태종에게 “명철한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소리에 따른 울림과 같다”며 1년 안에 효과가 나타나야 하며 3년이면 너무 늦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는 이미 ‘잃어버린 1년’을 경험했다. 대행체제가 끝난 뒤의 1년은 과연 어떤 1년이 될 것인가.

권순활 경제부 차장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