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론을 심각하게 분열시키고 있는 탄핵 정국을 풀기 위해 탄핵 철회를 제기할 의사가 있다면 당론을 모아 당당하게 추진해야 한다. 법적으로 탄핵 철회가 가능한지 여부는 접어 두더라도 정치적으로 바로잡아야 할 잘못이 있다면 당의 이름으로 해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킨 정당이 해야 할 도리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선 김문수 의원이 주도하고, 등 돌린 민심에 겁이 난 일부 의원들이 동조하는 현재의 움직임은 국민 눈에 ‘어떻게든 선거에서 살아남자’는 얄팍한 총선 전술로 비칠 수밖에 없다.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민심을 핑계 삼아 당내 영향력을 키우고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려는 속셈이라면 이는 국민을 두 번 우롱하는 셈이다.
김 의원은 ‘국민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며 탄핵 철회론을 주장했다. 여론조사에서 70% 이상의 국민이 탄핵에 반대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국회 표결 전 탄핵에 반대했던 다수 의견은 ‘국민의 뜻’이 아니고 무엇이었단 말인가. 여론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대상으로 삼겠다는 발상이 아닌가.
이제 와서 ‘여론을 잘못 읽었다’는 말을 하는 의원들도 있다.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더라도 ‘탄핵 철회를 주장했다’며 총선에서 표를 얻으려는 군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국민은 탄핵 표결을 의원 개개인의 행위로 보지 않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주도한 집단 행위로 인식하기 때문에 야권에 대한 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야당이 잘못을 인정하겠다면 몇몇 의원이 아니라 당 전체가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야 한다. 그렇게 못한다면 비겁하게 변명하지 말고 유권자의 심판을 겸허하게 기다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