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실시된 제11대 대만 총통선거에서 일단 여당이 승리했으나 야당이 선거무효를 선언하고 격렬한 규탄시위에 돌입해 대만 전체가 분열되면서 혼란에 빠져들었다.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밤 개표 결과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야당연합의 롄잔(連戰) 후보를 2만9518표의 간발의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세전에서 우세를 보여온 롄 후보는 천 총통 피격을 둘러싼 의문점과 선거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며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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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연합 롄 후보와 쑹추위(宋楚瑜) 부총통 후보는 21일 새벽까지 타이베이(臺北) 총통부 앞에서 1만여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철야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어 오후 3시부터 다시 재검표와 선거 무효를 주장하는 시위를 가졌다.
타이중(臺中)과 가오슝(高雄)에서는 야당 지지자들이 검찰청으로 몰려가 여당의 선거부정 행위 조사를 요구하며 청사 진입을 시도해 경찰과 격렬한 충돌을 빚었다.
이에 따라 대만 출신과 본토 출신, 민진당과 국민당으로 갈라진 사회적 갈등과 대립 양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천 총통은 21일 정오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수습책을 논의했으며 대만 행정원은 불법 시위에 대한 강경 대처 방침을 발표했다. 경찰은 총통부와 총통관저, 각급 관공서로 통하는 주변 도로를 봉쇄하고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대만 고등법원은 롄 후보가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자 증거 보전 필요성이 있다며 모든 투표함을 봉인할 것을 지시했다. 타이베이 지방법원은 재검표 및 불공정 선거 의혹 조사를 위해 선거 법정을 열기로 결정했다.
총통선거와 함께 실시한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성 국민투표’는 성립요건인 투표율 50%를 넘지 못해 자동 부결됐다. 국민투표 부결로 천 총통의 대만 독립 노선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선거 직전까지 총통선거에서는 롄잔 후보가 승리하고 국민투표는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두 예상 모두 빗나갔다.
중국은 이번 선거에서 천 총통이 재선된 데 대해 우회적인 불만을 표시했으나 국민투표 부결에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타이베이=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