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의 굴렁쇠
-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
최동호
어린아이는 끝내 어른이 되고
어른은 다시 어린아이가 된다
시작에서 끝으로 가는 등 굽은 수레바퀴
세월의 채찍을 휘둘러라
굴렁쇠 굴리며 뚝길을 달린다
민들레 피어나고, 꽃씨는 날아가고
바보는 침흘리고, 아이들의 꺄르륵한 꽃웃음소리
어른들은 도너츠처럼 동그렇게
담배연기를 만들어 아이들의 웃음꽃을 피워 올린다
해는 환하게 빛나고
호기심이 키우는 어린아이들
연두빛 노래바람 머금고 나날이 자란다
시집 ‘공놀이하는 달마’(민음사) 중에서
옛날 용한 점쟁이한테 누가 점괘를 물으니 ‘아버지 죽고, 아들 죽고, 손자가 죽으니 길(吉)하다’ 했단다. 악의의 궤변인 줄 알고 펄쩍 뛰자, ‘순서대로 오는 죽음은 얼마나 행복한가’ 되물었단다. 부모가 자식을 앞세운다는 것은 얼마나 큰 슬픔인가.
새순은 자라 고목이 되고, 꽃잎은 피어 낙화가 되며, 어린아이는 자라늙은이가 되니 세상은 얼마나 길한가. 허나 아무래도 ‘늙고, 진다’는 것이 쓸쓸한 사람들아, 저 월의 굴렁쇠를 보라. 고목은 다시 새순이 되고, 늙은이는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 돌아온다. 대보름 불탄 자리 파릇파릇 돋는 저 여린 나물들도 실은 아주 오래된 새것들이다. 올봄의 민들레 새싹이 작년의 백발성성했던 홀씨보다 나이배기인 것이다. 언제나 곰삭은 늙은 것들을 파르라니 피워 올리는 저 오래된 젊음, 봄. 굴렁쇠처럼 둥근 시아, 언제까지나 꽃을 피워라.
반칠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