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안에 납골함이 27개나 들어갈 수 있어요. 한 명이 50년씩 산다고 치고 계산을 해보니 자손대대로 수백년은 사용할 수 있더라고요.”
화가로서 국내 처음으로 사설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유광상씨(55)는 4년 전 집 앞마당에 설치한 높이 4m 폭 1m 크기의 납골 탑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 탑에는 1966년 작고한 유씨 부친의 유골이 조그마한 항아리에 담겨져 안치돼 있다.
유씨는 탑 앞에 놓아둔 국화가 시들지 않도록 정성껏 갈아주고 있다. 또 작품 구상을 하다 머리가 복잡해지면 이 곳에서 아버지와 ‘영혼 대화’를 나누다 영감을 얻곤 한다.
매장문화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그는 이 납골탑을 통해 고향사랑을 실천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국토가 작기 때문에 묘지를 더 이상 늘리면 환경을 파괴할 뿐”이라며 “납골시설을 만들더라도 대형 보다는 동네 또는 개인 단위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신념에 따라 최근 강화도 2곳에 들어서려 한 대규모 납골시설(납골함 2만∼20만기 유치 규모) 설치 반대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문화인으로서 ‘엉뚱한 일’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그의 창작열정은 식지 않고 있다.
일본 화단에서 15년 동안 활동했던 그는 미국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 개인전을 열 정도로 해외에서 더 명망이 높다.
5월 중국 선양(瀋陽)에서 개최되는 제1회 한중문화교류전에 초대됐고 12월 일본 후쿠오카(福岡) 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그가 고향인 강화에 둥지를 뜬 것은 일본에서 귀국한 1995년.
이듬해 9월 인천 강화군 송해면 솔정리에 그의 호를 딴 전원(田園)미술관을 열었다. 대지 700평에 1, 2층 170평 규모로 지어졌고 살림채도 달려 있다.
미술관에는 국립미술관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2000호 크기의 대작 ‘21세기 자화상’ 등 유씨가 그린 채색화와 수묵화 등 수 십 점이 전시돼 있다.
“화가들은 누구나 개인미술관을 갖는 것이 꿈이죠. 공기 맑은 고향에서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고 미술관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 수 있어 아주 행복합니다.”
이 미술관에서는 매년 두세 차례 음악회 시낭송회 국악한마당 등의 문화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