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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정위용/1등맥주 탈환작전 ‘프리미엄’ 키우기?

입력 | 2004-03-22 18:48:00


“새콤한 맛은 나는데 그냥 카프리가 오히려 더 낫다.” “새로운 맛을 모르면 구세대라는 소리를 듣기 때문에 ‘카프리레몬’만 마시겠다.”

20일 오후 9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음식점에서는 30대 초반 손님 2명이 이달 초 새로 나온 프리미엄급 맥주인 ‘카프리레몬’을 마셔본 뒤 가벼운 ‘시음 평’을 내놓았다.

카프리와 카프리레몬의 제조업체는 맥주시장 전체 점유율 2위인 OB맥주. 이 회사는 최근 카프리에 지중해산 천연 레몬 즙을 넣어 국내 시장에 내놓았다.

카프리레몬이 제조자의 의도대로 20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지 관심을 모은다.

‘호가든’ 등 과일향이 첨가된 맥주들은 몇 년 전부터 국내에 수입돼 일부 젊은층에 알려지긴 했으나 아직 국내 맥주 시장에서 점유율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더구나 OB맥주측은 카프리레몬에 이어 올해 4월경 새로운 프리미엄급 맥주 신제품 2, 3개를 더 내놓으며 마케팅 공세를 벌일 계획이어서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프리미엄급 맥주 판매액은 전체 맥주 시장에서 4.4%였다.

그래서 이런 작은 시장에다 국내에서 검증이 끝나지 않은 신제품들을 잇달아 내놓는 것은 무리수가 아니냐는 말이 들린다. 과일향이든 과일즙이든 맥주의 특별한 맛이 소비자들에게 익숙해져야 저변 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이 주류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반면 OB맥주가 1996년 하이트맥주에 국내 1위를 빼앗긴 뒤 올해 반전의 기회를 잡기 위한 마케팅 공세의 하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라이벌 회사가 불황기에 수성(守城)만 고집하는 사이 신상품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 1, 2위간 격차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이 시장이 확대될 경우 매출액 급상승도 노릴 만하다는 것이다.

OB맥주의 공격과 하이트맥주의 대응으로 국내 맥주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