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목원대에서 교양과목으로 ‘문학개론’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방학을 맞아도 마음이 편치 않다. 중고교 때나 걱정했던 ‘가정통신문’이 학교로부터 어김없이 날아오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국어교육과 표언복(表彦福·51) 교수는 1996년부터 문학개론을 수강하는 학생들의 집으로 가정통신문을 보내는 교수로 ‘악명’이 높다.
가정통신문에는 학생의 중간·기말고사 채점 결과와 과목 전체 석차, 학부모에 대한 당부편지 등이 들어있다. 대학생이 됐다는 안도감에 공부와는 담을 쌓는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주고자 마련한 ‘극약처방’이다.
설마하다 가정통신문이 실제 집으로 날아드는 것을 목격한 학생들은 “우리가 중고교생이냐”며 불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대학교수는 강의만 할 뿐 아이들한테 세심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고맙다”며 좋아하고 있다.
자녀에게 문제가 생기면 학부모들이 제일 먼저 찾는 것도 표 교수다. 표 교수는 가정통신문에 전화와 팩스 e메일 주소를 적어 놓는다.
졸업식 때 표 교수 연구실은 성황을 이룬다. “자식한테 관심을 가져준 교수님을 꼭 한번 뵙고 돌아가고 싶다”는 학부모들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하거나 취업하면 제일 먼저 표 교수에게 전화해 기쁨을 나눈다.
표 교수는 채점관리에도 엄격하다. 그는 지난해 2학기에는 ‘현대문학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한 이 학과 2학년 학생 30명에 게 ‘F학점’을 줬다. 과제물을 서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학교 측은 표 교수가 워낙 과제물을 많이 내주고 공부를 많이 시키기 때문에 학점과 관련해서는 간섭하지 않는다.
표 교수는 “일부에서는 대학생에 자율성을 많이 줄 것을 주장하지만 젊은 두뇌를 한시라도 놀리고 싶지 않은 욕심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앞으로 가정통신문 제도를 4학년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