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브라질 용병 고메즈(오른쪽)
“진주에요 진주. 숨은 진주라니까요.”
21일 성남 제2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04 K리그 수퍼컵 성남 일화와의 경기를 2-0으로 승리한 전북 현대모터스 조윤환 감독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지난해 K리그 챔피언인 성남에 완승하기도 했지만 그 보다는 이날 첫 선을 보인 브라질 용병 고메즈(29)의 플레이가 입이 벌어질 정도로 뛰어났기 때문. 고메즈는 이번 시즌을 위해 에듀, 호마와 함께 브라질에서 영입한 수비형 미드필더. 그는 이날 경기에서 탁월한 수비력을 보였음은 물론이고 후반 44분 어시스트까지 기록했다. 조 감독은 “우리 팀 선수 가운데 고메즈의 플레이가 단연 으뜸”이라고 추켜세웠다.
고메즈는 성남 미드필더 신태용을 꽁꽁 묶었을 뿐만 아니라 수비 위치를 잡는데 뛰어난 안목을 보여줬다. 성남의 공격이 활발하지 못했던 것은 고메즈가 중요한 순간마다 공격의 맥을 끊어줬기 때문. 그는 중장거리 패스 능력도 뛰어나 이번 시즌 주전 자리를 예약했다. 키 179cm 몸무게 79kg의 탄탄한 체격에 얼굴이 가수 나훈아와 닮았다고 해서 별명이 ‘나훈아’인 고메즈는 사실 전북이 처음부터 영입하려고 했던 선수는 아니었다. 원래 공격수를 보강할 계획이었는데 고메즈가 “한국에서 뛰고 싶다”고 간청해 에듀, 호마 보다 훨씬 싼 연봉으로 데려오게 됐다는 것.
고메즈는 성격도 털털하고 화끈해 다른 선수들과의 친화력도 좋다. 그라운드에선 몸싸움에 능하고 터프한 것이 장점. 올해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리는 윤정환을 영입한 전북은 고메즈의 가세로 작전의 폭이 넓어지게 됐다. 윤정환의 부족한 공격력을 고메즈가 받쳐준다면 다양한 작전을 펼칠 수 있기 때문올 K리그에서 전북을 주목해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긴 셈이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