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람의 전설’의 서울용 포스터(왼쪽)와 지방용 포스터.
차인표 조재현 주연의 ‘목포는 항구다’의 개봉을 앞두고 평단에선 “억지웃음을 강요하는 뻔한 조폭 코미디”라는 부정적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지난달 20일 개봉된 이 영화는 21일까지 전국 165만 명을 끌어들이는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다.
‘목포는…’의 짭짤한 성공에는 ‘지방 관객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제작사인 ‘기획시대’측의 분석이다. 이 영화의 경우 서울과 지방 관객의 비율이 ‘1대 4’였다. 통상적인 영화에서 서울과 지방 관객의 비율이 ‘1대 2’인 것과 비교해 보면 지방 관객이 꽤 많이 몰렸음을 입증하는 수치다.
많은 영화계 사람들은 서울과 지방 관객들의 작품 선호도가 확실히 다르다고 말한다. 이른바 ‘서울영화’와 ‘지방영화’가 엄존한다는 얘기다. ‘목포는…’과 같은 날 개봉된 김하늘 강동원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개봉 후 2주간 서울에서 ‘목포는…’을 누르고 선전했으나 결국 ‘지방관객 파워’에 눌려 3주째부터 뒤쳐졌다.
영화 제작·배급사들은 ‘서울형이냐 지방형이냐’를 판단해 주도면밀한 ‘분리 마케팅’ 전략을 펴기도 한다. ‘목포는…’이 지방색을 강조하는 제목을 단 것도 지방관객을 파고든다는 마케팅 전략 중 하나였다. 제작사는 ‘대구 출신 감독(김지훈 감독)이 목포에서 찍은 영화’임을 강조하면서 대구와 목포 지역에서 단체관람을 유도했다. 주연배우들은 지방극장 무대 인사만 20회 넘게 다녔다.
마케팅 관계자들은 스릴러나 판타지는 지방보다 서울관객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잘 통한다고 분석한다. 팀 버튼 감독의 판타지 영화 ‘빅 피쉬’(5일 개봉)는 지난 주말동안 전국에서 2만 명이 관람했는데 이 가운데 지방 관객의 비중은 30%에 불과했다. 지방극장에선 관객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코미디와 액션 장르가 전통적으로 강세다.
서울-지방 분리 마케팅 전략에 따라, 지역마다 영화 포스터를 달리 만들기도 한다. 4월 9일 개봉하는 ‘바람의 전설’의 경우 서울용 포스터는 주연배우 이성재 박솔미가 댄스 앙상블을 이루는 따스한 분위기를 느끼도록 한데 비해, 지방용은 강렬한 색상으로 유머와 위트를 강조한 포스터를 만들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