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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뿌리읽기]질(桎)과 곡(梏)

입력 | 2004-03-23 18:03:00


한국인들처럼 桎梏의 역사를 살아온 민족이 또 있을까. 21세기를 사는 지금도 우리의 정치는 또다시 桎梏과 矛盾(모순)의 極點(극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桎梏이란 발에 차는 차꼬와 손에 차는 수갑이라는 뜻으로, 자유를 가질 수 없도록 구속하여 답답하기 그지없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桎은 의미부인 木과 소리부인 至로 이루어져, 발에 차는 나무(木) 형틀을 말한다. 至가 소리부로 쓰여 ‘질’로 읽히는 것은 姪(조카 질)이나 窒(막힐 질)에서 볼 수 있고, 독음이 조금 변했지만 室(집 실)도 마찬가지이다.

至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화살이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그려, ‘도착하다, 이르다’의 뜻을 나타냈다.

이후 ‘極點에 도달하다’는 뜻으로 확장되어 至極하다는 말이 생겼다. 至가 至極하다는 의미로 쓰이자 발음을 나타내는 刀(칼 도)를 더하여 到(이를 도)가 만들어졌다. ‘이르게 하다’는 使役(사역)의 의미로 쓰일 때에는 손에 매를 든 모습인 복(칠 복)을 더하여 致(보낼 치)를 만들었다.

梏은 木이 의미부이고 告가 소리부로, 손에 차는 나무(木) 수갑을 말한다. 告는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牛(소 우)와 口(입 구)로 이루어져, 소를 희생물로 삼아 告祝(고축·신에게 고하며 빔)을 하는 모습을 그렸다. 告가 소리부로 쓰여 ‘곡’으로 읽히는 것은 鵠(고니 곡)·곡(고할 곡)에서 볼 수 있으며, 독음이 조금 변했지만 酷(지독할 혹)도 같은 경우이다.

梏과 비슷한 뜻을 가진 글자가 공인데, 공은 글자의 구조에서도 볼 수 있듯 두 손(手·수)을 형틀에 함께(共·공) 채우는 것을 말한다.

이에 비해 梏은 두 손을 각각의 수갑에 채우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桎도 두 발을 따로 따로 채우는 것을 말한다.

옛날의 법에 의하면, 桎과 梏은 지은 죄질에 의거해 그 집행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즉 上罪(상죄)에는 공과 桎을, 中罪(중죄)에는 桎과 梏을, 下罪(하죄)에는 梏을 집행했으며, 죄를 지은 자가 왕족일 경우에는 죄질에 관계없이 공을 시행했다고 한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