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크 에크 굼실 능청, 에크 에크 굼실 능청, 으쓱 우쭐.’
22일 잠실 제1수영장 내 대한택견협회 전수관. 노랑머리에 파란 눈의 외국인 청년이 고려 무사복인 철릭에 버선발 차림을 하고 한바탕 춤사위를 벌인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유연한 몸동작. 머리 위 한 뼘 이상은 올라가는 제겨차기(올려차기). 여느 무술과 달리 마치 춤사위처럼 보이는 택견 동작은 부드러움 속에서 힘이 느껴진다.
에크 에크는 기합에 해당하는 호흡법, 굼실은 무릎을 움츠리는 준비 자세, 능청은 몸을 활처럼 펴서 내지르기, 으쓱은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면서 넘어뜨리기 위한 동작이다. 우쭐은 마무리 단계.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전통무술인 택견의 매력에 푹 빠져 사상 처음으로 해외 양성 유단자가 된 카자흐스탄의 루스템 아메르케세트(24·초단·사진). 그는 내친 김에 외국인으로선 첫 택견 전수관장(사범)이 되기 위해 이달 초 한국을 찾았다. 강남구 신사동의 세계택견본부 중앙전수관에서 1년간 집중 지도를 받은 뒤 지도자 시험을 치를 예정.
국립 카자흐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엘리트로 몽골인의 피가 섞여 있다는 아메르케세트씨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 무술 마니아. 화랑도 씨름 궁도까지 관련 서적을 섭렵했고 태권도와 합기도도 익혔다고. 택견과 인연을 맺은 것은 1년 전 알마티에 파견된 문영철씨(5단)를 만나면서. 보통 1년 이상 걸린다는 초단을 6개월 만인 지난해 10월에 땄다.
맵고 짠 음식에 배탈이 나 고생했다는 아메르케세트씨는 “택견의 기본동작인 굼실 능청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동작”이라며 “택견의 세계화에 이바지하겠다”고 다짐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