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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법 거부권 행사…재의결 어려울듯

입력 | 2004-03-23 18:53:00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왼쪽에서 두번째)는 23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의 경제단체 및 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노사간의 대화와 협력을 당부했다. -박경모기자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3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특별사면 단행에 앞서 국회의 의견을 듣도록 한 사면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의 고유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에 재의(再議)를 요구했다.

고 대행은 또 ‘거창사건 등 관련자 명예회복 특별조치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6·25전쟁 중의 민간인 희생자에게 국가가 보상하는 최초의 입법례가 돼 유사 사건까지 미칠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막대한 재정부담이 우려된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고 대행은 이날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기간에는 특별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지연될 경우 부처님 오신 날(5월 26일)에 단행될 예정이던 대북송금사건 관련자 6명에 대한 특별사면이 미뤄질 전망이다.

고 대행은 또 “정부로서는 과거 사면권을 남용한다는 지적을 유념해 앞으로 사법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사면권 행사는 자제해야겠다”며 “사면권 행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합헌적 틀 안에서 사법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심의기구 설치를 강구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면법 개정안은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발의됐다”며 “거부권 행사로 법치주의는 후퇴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장성원(張誠源)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의 사면법 개정이 애초부터 무리한 점이 있었고 위헌적 측면이 있다는 정부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재의결 추진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재의결 추진에 부정적인데다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임시국회 소집이 사실상 불가능해 사면법 개정안은 16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고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에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과 4당 대표에게 거부권 행사 방침을 통보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보상금 신청기간을 5월 31일까지로 연장하는 내용의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법’과 30일 이상 구금자에게 생활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한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을 공포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