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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총선행보]여론 살피는 열린우리당 “좀더 몸낮추자”

입력 | 2004-03-23 18:53:00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가운데)이 23일 부산 범일동 자유평화시장을 방문해 한 시민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정 의장은 이날 “헌정 파괴세력을 심판해 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국회사진기자단


탄핵정국 이후 민생행보에 주력했던 열린우리당이 23일 영남과 호남을 찾았다.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부산과 경남 마산을 방문했고,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는 광주를 찾아 지역 민심을 점검했다.

이날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대거 영호남 방문에 나선 것은 이날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대한 맞불의 성격도 적지 않았다. 실제 정 의장과 김 대표가 현장에서 전한 메시지도 “헌정 파괴세력을 심판해 달라”는 데 맞춰졌다.

부산을 방문한 정 의장은 전날(22일) 부산 KBS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부산 18개 지역구 중 17곳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에 매우 고무된 분위기였다. 정 의장은 부산 대청공원 내 충혼탑을 참배한 뒤 인근 민주공원 내 민주항쟁기념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부마항쟁의 영령들에게 3·12 의회쿠데타로 민주 헌정질서를 지켜내지 못한 죄를 고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부산 평화시장 내 음식점에서 재래시장 상인들과 오찬간담회를 가진 뒤 마산으로 이동해 3·15 국립묘지를 참배했다.

광주를 방문한 김 대표는 5·18 묘역을 방문해 방명록에 ‘약무광주 시무민주(若無光州 是無民主·광주가 없었다면 민주주의도 없었다는 뜻)’라고 서명한 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열사들의 묘비에 묵념했다.

이어 김 대표는 광주시내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3·12 의회 쿠데타’를 막지 못한 데 대한 부끄러움과 죄스러운 마음으로 민주주의 성지인 광주를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열린우리당의 ‘민주헌정수호’ 행보에도 불구하고 당의 ‘자세 낮추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부산에서 “현 지지율에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조심스러워했고, 배석했던 신기남(辛基南) 의원도 “정치개혁이라는 초심을 유지하는 게 최선의 선거 전략이다. 130석이 조금 넘는 정도를 달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의 한 관계자는 “130석은 가장 보수적인 계산을 했을 경우”라고 귀띔했다.

당 지도부의 이런 태도는 당과 후보자들이 높은 지지율 때문에 자만에 빠져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 최근 열린우리당이 의원직 사퇴 번복과 공천 잡음 등으로 시끄럽자 당 게시판에는 “1당 다 된 것으로 생각하느냐” “겸손해라”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22일 밤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공천문제로 탈당했다 복당한 유선호(柳宣浩) 전 의원의 안산 단원을 공천을 전격 철회한 것도 역풍을 의식한 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부산=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