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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전당대회]‘박근혜 카드’ 탄핵역풍 잠재울까

입력 | 2004-03-23 18:53:00

23일 열린 한나라당 임시 전당대회에서 당원과 대의원 등 5000여명이 새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 투표를 하고 있다. 이들은 투표에 앞서 총선 승리와 새 출발을 다짐했다. -서영수기자


‘뉴 한나라당’을 표방하고 출범한 박근혜(朴槿惠) 대표체제의 앞길에는 난제가 산적해있다.

우선 박 대표 체제는 6월 정기전당대회까지의 ‘3개월’ 과도체제이지만 탄핵역풍을 뚫고 당장 23일 앞으로 닥친 총선에서 최소한 독자적인 개헌저지선(100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외부 상황은 최악이다. 수도권은 물론 당의 텃밭이었던 영남권에서도 열린우리당의 강풍에 밀려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이날 이임사에서 “눈앞이 캄캄하다”고 할 정도로 당내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신임 대표는 ‘클린’ 이미지를 앞세워 당의 일대 쇄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최병렬 체제 교체를 통해 ‘차떼기당’ 등 부정적 이미지로 덧칠된 당의 면모를 바꿔 탄핵 역풍을 헤쳐나간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그동안 TV 합동토론회에서도 “한나라당이 먼저 변해야 열린우리당의 탄핵 공세를 헤쳐나갈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 새 지도부는 가장 먼저 호화당사란 비난을 받아왔던 중앙당사를 벗어나 ‘천막당사’로 옮기는 쇄신 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체제는 특히 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권 득표 전략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한나라당은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후광을 앞세울 경우 영남권 지지층의 결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시에 여성 당 대표로서의 신선한 이미지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 의원의 대표 당선이 남성 위주의 정당 위계 질서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다수의 부동층을 자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일단 총선에 ‘올인’해 자신의 정치적 승부를 건다는 각오다.

박 의원이 위기에 몰린 당의 지지율을 반전시켜 총선 승리의 견인차가 될 경우 차기 대권 고지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패할 경우는 3개월의 단명체제에 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새 지도부가 내놓을 반전(反轉) 카드가 탄핵 역풍이란 ‘메가톤급’ 악재(惡材)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총선이 불과 23일 밖에 남지 않은 시간적 제약도 새 지도부의 고민거리다.

여기에 수도권 공천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탄핵 철회론’도 새 지도부가 풀어야할 숙제다. 새 지도부 출범 이후에도 탄핵 철회론 공방이 계속될 경우 당의 총선 전열이 무너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