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단말기 부품을 생산하는 인천 남구 주안동 ㈜도움의 박영호 사장(44)은 2년 전 연봉 3000만원을 조건으로 부장급 40대 주부직원을 채용한다는 신문광고를 냈다.
그가 고액 연봉을 제시하면서 주부 직원을 채용한 것은 회사에 ‘어머니 역할’을 할 직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주부 직원은 하루 2시간씩 직원들과 상담을 한다. 신혼 직원의 집을 방문해 대화의 시간을 갖고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을 한다. 출산한 가정이 있을 때는 집을 찾아 전 직원의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어머니처럼 세심하게 직원을 챙기는 역할을 할 직원이 필요했어요. 직원복지라는 것이 꼭 엄청난 투자를 해야만 효과를 거두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박 사장은 독특한 기업문화를 기반으로 기업경영을 선도하는 경영자로 소문 나 있다.
이 회사 1층에는 30평 규모로 호텔 수준의 카페가 들어서 있다. 속내를 드러내고 편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박 사장의 제안에 따라 만들어졌다.
“혹시 술 먹고 행패를 부리는 직원이 생길 수 있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그는 “그런 직원도 우리 식구다. 그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야한다”며 카페를 차렸다.
카페가 열리는 매주 수요일 오후 박 사장은 직원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그는 “덕분에 술이 꽤 늘었지만 직원들의 고충을 듣는 계기가 돼 더 많은 것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1998년 일찌감치 팀제도를 도입했다. 무늬만 팀제가 아니다. 팀원간의 대화를 통해 각자가 리더십을 갖고 업무에 임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민주적 의사결정에 따라 직원 스스로 ‘머슴이 아닌 주인’으로서 책임의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 그래서 이 회사 직원들은 ‘일단 해 보자’란 도전의식이 무척 강하다.
박 사장은 1989년 창업 이후 단 한명의 친인척도 회사에 입사시키지 않았다. 업무에 감정이 개입되면 발전하는 조직이 되기 어렵다는 신념에서다. 재산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기로 공표했다.
이런 경영철학과 기업문화 덕에 지난해 5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세계적인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팬택앤큐리텔, 노키아, SK텔레텍 등의 주력 협력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단말기 개발에서 금형제작, 제품생산에 이르는 최첨단 일괄 생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부설 연구소에서의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