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바그다드 태생 여류 건축가 자하 하디드(54)가 건축계 최고의 영예인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이 상의 후원자인 토머스 프리츠커 하야트 재단 회장이 21일 발표했다. ‘건축의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이 상의 상금은 10만달러이며 시상식은 5월 31일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다.
수상자로 결정된 뒤 뉴욕 타임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하디드씨는 “이 상은 내가 주류 건축계에 받아들여지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면서 “30년 전 건축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만 해도 이렇게 인정받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디드씨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수학을, 영국 런던에서 건축을 공부한 뒤 한때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 엘리아 젱겔리스와 함께 일했다. 현재 그는 영국 시민권자로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1982년 홍콩 피크클럽 현상설계에서 1등을 차지하며 건축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그는 미국의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에서 건축설계를 가르치기도 했다.
프랭크 게리 등과 함께 해체주의 건축의 기수로 평가받고 있는 하디드씨는 작품 대부분이 실제로 건축되지 못하거나 독일 베를린의 집합건축처럼 설계 내용이 상당 부분 변경되는 아픔을 겪었다. 독일 라이프치히의 BMW 중앙빌딩, 이탈리아 로마의 국립현대미술센터 등을 설계했으며 작년에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신시내티의 로젠털 현대미술관을 지어 이름을 날렸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