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는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는 최근 충청권 일대 집값과 땅값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7대 총선이 20여일 남았다. 총선은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론부터 말하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총선은 대선과 달리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대규모 개발 공약이 나오기 어려운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총선이 끝나도 전국적으로나 국지적으로 집값이나 땅값이 크게 오르 내리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한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과거에는 총선이 있기 전에 약간 올랐다가 총선이 끝나면 약간 내리거나 보합세를 유지하는 추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14대 총선은 1992년 3월 24일 실시됐다. 그 달의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96.69(2000년 1월 100 기준)였다. 1, 2월도 각각 96.82와 96.41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총선 직후인 4월은 95.58로 약간 떨어졌다.
15대 총선은 96년 4월 4일 실시됐다. 선거를 전후한 집값 지수는 △3월 94.02 △4월 94.19 △5월 94.02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16대 총선은 2000년 4월 13일 치러졌다. 이달 주택매매 가격지수는 102.25였다. 이를 전후한 3월과 5월의 지수는 각각 102.14와 102.31이었다.
선거의 성격상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총선보다는 지역개발공약과 더 밀접하다. 하지만 지자체 선거도 그 자체만으로는 전국적인 집값 변동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외환위기 직후 치러진 98년 6월의 지자체 선거는 집값 하락세를 조금도 반전시키지 못했다. 그해 집값 지수는 △5월 92.23 △6월 87.79 △7월 87.43으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의 김희선 전무는 “과거 지표를 보면 집값은 총선을 전후해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집값은 선거보다 전반적인 경기나 금리, 정부의 집값 안정의지 등에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