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를 모두 마치고 27일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일본 프로야구 정규시즌 개막전을 앞둔 지바 롯데 마린스의 이승엽(28·사진).
14경기에서 거둔 타율 0.222(45타수 10안타)에 3홈런 7타점 16삼진의 성적표는 ‘아시아의 홈런왕’ 이승엽으로서는 사실 불만스럽다.
그러나 시범경기를 통해 얻은 경험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값진 것. 24일 팀훈련 중 잠시 짬을 내 서면인터뷰에 응한 이승엽은 자신의 문제점을 열거했다.
그 문제점을 이승엽의 사부인 박흥식 삼성 타격코치, ‘일본통’인 김성근 전 LG 감독과 김인식 전 두산 감독에게 제시하고 ‘해법’을 마련해 봤다. 이들은 “조급함이 경기를 망친다”고 입을 모았다.
○볼배합
이승엽은 “일본 투수들이 변화구를 정말 많이 던진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직구를 기다려도 좀처럼 던지지 않고 변화구로 타이밍을 빼앗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볼카운트에서 직구와 변화구를 던질지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전 감독은 “이승엽은 한국에 있을 때 상대투수의 볼배합을 보고 노려치는 타자였는데 직구를 기다릴 때 변화구가 오고 안쪽을 염두에 두는데 바깥쪽으로 가니까 헷갈릴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의 타격패턴을 모조리 바꾸고 매일 상황에 따라 변화를 줘야 한다”고 했다.
○포크볼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포크볼은 일본 투수 대부분이 주무기로 삼는 구질. 이승엽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볼을 쳐야 한다. 박 코치는 “한국 투수들은 대부분 슬라이더 등 좌우로 빠지는 변화구를 주종으로 삼는 반면 일본 투수들의 공은 상하로 떨어진다. 스트라이크처럼 보이지만 절대 속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승엽도 “상대해 보니 포크볼 10개 중 7, 8개는 볼이기 때문에 속지 않고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략이 가능한 구질”이라고 덧붙였다.
○코너워크와 스트라이크존
이승엽은 “컨트롤과 코너워크가 아주 뛰어나다. 원하는 곳으로 정확히 던진다”며 일본 투수들의 제구력을 높이 평가했다. 또 일본의 스트라이크존에 대해선 “한국보다 옆이 약간 좁고 높낮이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스트라이크존은 좌우가 좁고 위아래가 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 김인식 전 감독은 “상하가 긴 일본의 스트라이크존은 오히려 이승엽 같은 장타자에게는 유리한 편”이라며 “정확히 제구된 공은 사실 어느 타자라도 치기 힘들다. (스트라이크) 카운트 잡으러 들어오는 공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급함
박 코치는 “승엽이는 누구보다 여린 성격이다. 초반에 잘 못할 경우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초반 10∼15경기에서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즌 내내 끌려다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최근 TV로 타격장면을 보니 타격할 때 앞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다. 스윙도 뒤에서부터 퍼져 나온다. 한국에선 허벅지의 안쪽 근육을 많이 이용해 홈런을 날렸는데 지금은 허벅지 바깥쪽 근육을 쓰는 것 같다”고 했다.
이승엽은 “최근 오른쪽 어깨가 앞으로 쏠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세를 수정해 예전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변칙투구
일본 프로야구엔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피칭할 때 왼발을 들었다가 한두 템포 죽인 뒤 피칭하는 스타일이 많다. 이승엽도 시범경기에서 이런 투수들에게 고전했다.
그는 “요즘 배팅볼 투수에게 부탁해서 피칭할 때 일부러 그런 동작으로 던져달라고 요구한다”고 했다.
박 코치는 “스타일을 눈에 빨리 익혀야 한다. 자주 보면 적응하기 마련”이라고 했다.
○과연 성공할까
김성근 전 감독은 “정규시즌에선 더 정교해지기 때문에 시범경기보다 더 고전할 것”이라고 한 반면 김인식 전 감독은 “초반 한두 달만 고생하면 잘할 것”이라고 상반된 전망을 내놨다. 박 코치는 “초반이 아주 중요하다”며 신중한 평가.
최근 한국에서 잘 칠 때의 타격비디오를 이승엽에게 공수해준 박코치는 “요즘 편지를 쓰고 있다. 여러 가지 조언을 담아 조만간 승엽이에게 보내줄 생각”이라고 했다.
이승엽은 “많이 나아지고 있다. 문제없다”며 “종전 목표(타율 0.290·30홈런)에도 변함이 없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