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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술끊은 허재 '마지막 투혼'

입력 | 2004-03-25 01:23:00


‘농구 천재’ 허재(39·TG삼보)의 낯빛이 달라졌다.

소문난 주당이던 허재가 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들어 열흘 넘게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굴에서 벌건 주독이 빠진 것 같다는 게 그의 말.

허재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터. 그래서 고별무대에서 꼭 우승컵을 안은 뒤 축배를 들고 싶다고 했다.

술까지 멀리하며 단단히 마음먹은 허재는 24일 부천에서 열린 전자랜드와의 4강 플레이오프전에서 세월을 뛰어넘어 코트를 누비고 다녔다. 머리가 빠진 뒤통수가 허옇게 드러났지만 코트 내외곽을 휘저으며 공격을 이끌었고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악착같이 수비를 하다 보니 지난해 4월 챔피언결정전 이후 거의 1년 만에 처음으로 5반칙 퇴장을 당했다. 대선배의 투혼을 본 TG선수들은 하나로 뭉쳐 3연승으로 가볍게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안았다.

“가만히 앉아 있다 30년 농구 인생을 마감할 수는 없잖아요. 마지막 경기에서 꼭 헹가래를 받을 겁니다.”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듯 경기가 끝난 뒤 허재는 말도 제대로 못할 만큼 힘들어했지만 표정만큼은 밝았다.

부천=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