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가대표선수단이 아테네올림픽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대의 경기력을 발휘하여 국위 선양할 수 있도록 격려와 지도를 부탁드립니다. 이와 관련하여 취재는 가급적 자제하여 주시기 바라며…’
이는 최근 대한배드민턴협회가 각 언론사에 보낸 협조 요청문이다. 대부분의 종목이 언론에 한번이라도 더 등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판에 배드민턴협회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 셈.
협회가 이처럼 ‘대표선수 보호’에 나선 것은 올 8월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이 그 만큼 크다는 반증. 배드민턴 대표선수들은 더 이상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 없을 정도. 세계 최강 혼합복식조인 김동문(삼성전기)-나경민(대교눈높이)조는 물론 이현일(남자단식·김천시청) 등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주위의 기대치도 부쩍 높아졌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에 도취됐다가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처럼 김칫국부터 마실 우려가 커 아테네올림픽까지 선수들을 꼭꼭 숨겨둔 채 컨디션 관리와 심리적인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게 협회의 판단. 2000시드니올림픽 때 금메달이 당연시됐던 김-나조는 8강에서 중국의 장준-가오링조에 덜미를 잡혔고 결국 한국 배드민턴은 ‘노 골드’(은1,동1)의 수모를 당했다.
김중수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시드니올림픽 실패를 거울 삼아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요구하고 있다”며 “올림픽 금메달을 위한 노력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