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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탈북자문제, 南-北-中 외교현안이다

입력 | 2004-03-25 18:41:00


중국 당국에 체포된 탈북자 7명이 북한에 송환되느니 굶어 죽겠다며 단식투쟁을 하고 있다. 같은 수용소에 억류돼 있는 많은 탈북자들이 동조해 집단으로 저항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탈북자들이 단식과 집단행동으로 중국 당국의 강제송환에 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죽하면 이토록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앞선다. 탈북자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언론에 의해 알려진 뒤에야 사실 확인에 급급한 정부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중국 주재 각국 공관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선별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의 소극적인 탈북자 대책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데려온다고 해서 안도할 상황이 결코 아니다.

탈북자들의 집단저항을 계기로 지린성 안산수용소에 최소한 수백명의 탈북자가 억류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중국 자체 통계로 최근 5개월 사이 1만6000여명의 불법 체류 외국인이 본국으로 송환됐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탈북자임을 추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탈북 사태는 최소 수만명, 최대 수십만명의 안위가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탈북 문제가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고 남북한과 중국이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외교 현안임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국의 선처만 바라는 자세로는 점점 악화되는 탈북자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탈북에 관한 한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정책도 바꾸는 게 옳다. 정부가 머뭇거릴수록 탈북자들의 위험과 고통은 커지고 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