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은 25일 “취임 이후 헌법 개정시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지 않겠다”며 “양안 관계와 사회 안정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총통선거 당선공고 연기와 재선거를 요구하며 여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천 총통 “사회 통합에 주력”=천 총통은 이날 재계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분열과 증오를 씻고 인내와 포용을 해야 대만에 희망이 있다”면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많이 듣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헌법 개정을 할 때 민감한 문제는 손대지 않겠으며 앞으로 4년간 대만의 단결과 양안 관계 및 사회 안정, 경제 번영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천 총통의 발언은 극단적인 지역감정 등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국론 분열을 봉합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그의 당선으로 양안관계 악화를 걱정하는 국내 안정 희구 세력 및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성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는 야당이 주장하는 재선거나 긴급명령권 발동에 의한 재검표 요구에 대해서는 “대만은 민주 법치국가인 만큼 모든 것은 법에 따라야 한다”고 일축했다.
▽야당, “재선거 하자”=롄잔(連戰) 국민당 주석과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은 이날 오후 야당 입법위원 전원과 함께 총통부 광장의 항의시위에 참여했다. 롄 주석은 “즉각적인 재검표가 아니면 재선거를 실시하라”면서 “총격사건에 대한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중앙선관위도 26일의 총통 당선자 공고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측은 또 “천 총통이 관련법 개정을 통해 재검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야당의 선거무효 소송 제기에 따라 중앙선관위는 피고의 신분”이라면서 “피고가 재검표를 하는 것은 부정을 저지른 선수에게 심판을 맡기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의 이 같은 주장은 중앙선관위에 대한 불신 및 재검표를 해도 표 조작 여부를 밝혀내기 어렵다는 판단과 함께 제2야당인 친민당의 강경투쟁 노선이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야당 입법위원들은 여당의 ‘행정검표(중앙선관위의 재검표)’ 대신 ‘사법행정검표(사법부와 중앙선관위 합동 재검표)’ 제도를 도입하자는 새 제안을 내놓았다.
민진당은 야당의 요구에 대해 “선거법상 재선거는 당선자가 취임 전 사망하거나 법원이 선거 무효를 결정하는 두 가지뿐”이라며 거부했다.
타이베이=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