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기관의 마케팅/보니타 M 콜브 지음 이보아 외 옮김/297쪽 1만7900원 김영사
이 책은 얼핏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문화와 마케팅의 낯선 만남을 다루고 있다. 둘은 서로 이질적인 개념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피츠버그 교향악단 전무이사 기디언 토이플리츠의 말은 재미있다.
“200년 동안 연주자들은 문화예술기관이 연주하고 싶어 했던 곡을 연주했으며, 관객의 취향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휘자가 객석을 쳐다보며 말했지요. 관객들은 다 어디로 갔나요?”
이런 측면에서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서로 만난 적이 없던 두 가지 개념을 만나게 해 준 점에 있다.
또한 이 책은 문화예술에 대한 여러 가지 고정관념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보고 있다. 예를 들어 ‘대중은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 ‘고급예술의 주요 고객은 중장년층이다’ ‘대중은 고급예술을 싫어한다’ ‘문화상품의 경쟁 상대는 비슷한 문화상품이다’와 같은 명제를 전혀 다른 각도로 조망하고 있다.
저자의 시각은 이렇다. 대중이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대중의 욕구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고급예술의 주요 고객은 중장년층이 아니라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소비자다. 대중은 고급예술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없는 예술을 싫어한다.
문화상품의 경쟁 상대는 비슷한 문화상품이 아니라 관객이 즐기고자 하는 모든 것이다.
이런 관점은 문화예술에 대한 ‘통찰적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통찰적 관점이란 ‘원래 존재하던 사물이나 개체를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던 문화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이 책에선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보편적 마케팅과 문화예술 마케팅간의 차별적 특징을 구분해 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른 소비재와 문화예술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와 평가는 다를 터이므로 이 점을 좀 더 조명해 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문화예술 마케팅의 효과가 나타나는 근본적 이유에 대한 접근이 빠진 점도 다소 아쉽다.
보통 마케팅 연구에서는 이를 ‘메커니즘(Mechanism)의 이해’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보완됐더라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신병철 신병철브랜드전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