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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책][인문사회]‘새로운 사람에게’

입력 | 2004-03-26 17:44:00

대뇌 기형인 아들 히카리를 음악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는 교육 에세이집 ‘새로운 사람에게’에서 약자에 대한 배려를 특히 강조한다. 책에 실린 삽화는 부인 유카리가 그렸다. 사진제공 까치


◇‘새로운 사람’에게/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지음 위귀정 옮김/192쪽 8500원 까치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나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는 결심 등과는 별도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어떤 조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힘’, 바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자기 내부에서 단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새로운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며 담담한 어조로 15편의 에세이를 들려준다.

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새로운 사람’이 되라며 그 방법으로 자신에 대해 긍지를 가질 것을 제안한다. 남의 말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며 책을 읽거나, 남의 말을 들은 뒤 그 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도 들이라고 권한다. 아이들을 위해 도스토예프스키의 대작인 ‘카라마조프네 형제들’을 읽는 요령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2, 3년 단위로 하나의 주제를 잡아 집중적으로 독서를 해 온 자신의 독서법도 알려준다.

자신이 이지메 당했던 경험을 토대로 남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남을 괴롭히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도 가르쳐주고, 지적 장애가 있는 장남을 키우면서 온 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연습을 해 온 이야기도 들려준다. 너무 교훈적이어서 다소 진부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삶 속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차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 책은 그의 다른 에세이집 ‘나의 나무 아래서’의 후속편에 해당한다. ‘나의 나무…’는 그의 어린시절 추억, 장애를 가진 아들의 성장과정 등을 돌아보며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한 인간이 어떻게 성장하는가를 전해주는 교육에세이다.

‘새로운 사람…’은 그 형식과 분위기를 이어가면서도 아이들과 젊은이들이 세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저자의 목표는 이들이 모두 ‘새로운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적어도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면 좋겠다. 자기 자신 속에서 ‘새로운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고, 실제로 거기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는 사람들이 어릴 때 이런 시도를 해봤느냐, 아니냐에 따라 삶이 전혀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가 꿈꾸는 ‘새로운 사람’은 별달리 거창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적의를 소멸시키고 화해를 달성하는 사람’이다.

‘새로운 사람’이 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어린시절에는 청년이 되고 어른이 돼가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사는 연습’을 하며 새로운 상황에 대비하는 방법을 배운다.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서부터는 그때껏 살아온 습관을 씻어내는 것이 나이에 걸맞게 ‘새로운 사람’으로 사는 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 역시 이렇게 늘 ‘새로운 사람’이 되는 과정이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