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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부패의 원천 ‘비리 의원에 줄줄이 實刑’

입력 | 2004-03-26 18:24:00


《불법 대선자금 수수 등 각종 비리와 부패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들에 대해 최근 법원이 전례 없이 엄한 판결을 내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법정에 선 이들 비리 정치인에게는 이제 ‘방탄국회’의 보호막도 걷혔고 혐의를 부인하는 오리발 작전도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는 엄격한 양형 적용으로 부정부패를 근절하겠다는 법원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잇단 실형선고=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치인 6명 중 5명에게 최근 잇달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황찬현·黃贊鉉)는 26일 현대건설에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의원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의원이 나라종금에서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도 “공무원의 뇌물죄는 그 영향이 크고 우리 사회 부정부패의 원천이라 엄벌해야 한다”며 ‘3000만원’ 수수 혐의만으로 실형을 선고했다.

박 의원은 공판에서 “불법자금을 1만원이라도 받았다면 정치를 떠나 아프리카라도 가서 조용히 살겠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대건설의 청탁을 들어주고 그 대가로 자신과 친분이 있는 기업체가 현대건설 하도급 공사를 수주하게 해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민주당 이훈평(李訓平) 의원도 25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던 박광태(朴光泰) 광주시장은 25일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000만원이 선고됐다. 박 시장은 검찰이 시정(市政) 공백 등의 이유로 불구속기소했지만 법원은 박 시장을 첫 공판에서 법정구속한데 이어 실형까지 선고했다. 박 시장이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법정에서 번복하자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본 것.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을 받았던 한나라당 박명환(朴明煥) 의원도 24일 징역 3년에 추징금 6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불법대선자금 모금과 관련해 구속 기소된 열린우리당 이상수(李相洙) 의원도 24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당 이재정(李在禎) 의원만 유일하게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들 외에 현대비자금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장관과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도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5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패 추방’ 법원=대법원은 지난해 말 전국 6개 지방법원에 부패 전담 재판부를 구성했다. 당시 대법원은 “부패 범죄 사건에 대해 형량이 낮아 국민의 불신이 깊고 여러 재판부로 배당될 경우 관대한 경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고 부패 전담 재판부를 구성한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현재 형사합의22부와 형사합의23부, 형사항소1부 등을 부패전담 재판부로 운영하고 있고 서울고법 형사1부도 부패를 전담한다. 그러나 ‘구치소 내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사법처리 대상이 많은 국회의원들의 재판을 감당하기에는 벅찬 실정이어서 사실상 서울지법의 모든 합의 재판부가 ‘부패 전담’인 셈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정부패 사범에 대해 엄격한 양형을 적용해 부패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법원에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