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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민 우롱한 수능시험 관리

입력 | 2004-03-26 18:34:00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및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원의 특별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많은 국민의 이해와 관련돼 있는 수능시험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으며 출제 및 관리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이고 감시 체제도 전혀 작동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수능시험이 어떤 시험인가. 고등학교까지의 모든 학업 성과를 단 한 번에 평가받는 일생일대의 시험이다. 수험생들은 압박감에 시달리고 입시생을 둔 가정에선 식구들이 말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한다. 시험 당일은 비행기가 멈춰 서고 전국이 긴장하는 하루가 된다. 거국적인 연례행사라 할 이런 시험의 책임을 맡고 있는 공직자들이 사명감은커녕 무성의한 자세로 일관한 것은 국민을 우롱한 처사다.

감사 결과는 한마디로 총체적인 부실이었다. 담당 연구원들은 자신들의 인맥과 주먹구구식 정보로 출제위원들을 위촉했으며, 상급자들도 부적격자가 대거 포함된 명단에 그대로 도장을 찍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능시험을 보는 자녀를 둔 출제위원이 5명이나 포함되었다니 더욱 기가 막히는 일이다. 부적격자에다 수능시험의 이해 당사자까지 출제에 나선 ‘그들만의 출제’에서 그동안 별 탈이 안 난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수능시험은 앞으로도 입시생들에게 대학 진학과 장래를 크게 좌우하는 중요한 시험이다. 감사 결과 드러난 잘못을 땜질식으로 수정하는 데 그치지 말고 출제와 관리 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땅에 떨어진 수능시험의 공신력을 높여야 한다.

그렇다고 수능시험을 폐지하거나 자격시험으로 바꾸자는 일각의 주장도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수능시험은 대학들로부터 그래도 믿을 만한 학력측정 도구로 평가받고 있다. 대체할 만한 다른 시험제도가 나오지 않는 한 당분간 이 시험은 유지하는 게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