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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조인직/베이징의 한국 복부인들

입력 | 2004-03-28 18:16:00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 1주일간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세 가지 현장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우선 중국의 개발붐은 알고 있었지만 베이징 전체가 ‘공사판’일 줄은 몰랐습니다. ‘한국의 원자재난이 이유가 있다’ 싶었습니다.

특히 올림픽 메인스타디움과 경기장들, 부대시설 공사현장은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시내 한복판이 완전히 모래판으로 변해 있었는데, 그 규모가 10km²가 넘는다고 합니다.

재개발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CBD’라 불리는 중심상업지구에선 지은 지 10년도 안된 대로변의 건물들이 철거되고 있었습니다. ‘덜 세련됐다는 점’이 철거의 가장 큰 이유랍니다. 거주자들이 빨리 집을 포기하고 나가면 정부가 보상금을 좀 더 주는 방식을 쓰고 있어 실랑이도 별로 없답니다.

한국에서 온 ‘복부인’들의 활약도 두드러졌습니다. 이들은 건설현장 등을 돌아다니며 ‘미터당 2만 위안(평당 약 990만원)이 넘는지’를 유심히 살피더군요. 우리 식으로 하면 평당 3000만원쯤 하는 서울 대치동 아파트 수준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그들은 ‘월세로 놓으면 5000달러도 번 다더라’ ‘1년 넘으면 값이 떨어지는 게 문제다’는 식의 미확인 정보들을 교환하기 바빴습니다. 현지 가이드에게 물으니 요즘은 ‘패키지 관광단’과 ‘부동산 투어팀’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

상하이의 고급 주택단지 ‘밍두청’을 방문해 보니 아파트 단지는 역시 넓은 나라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지면적 중 녹지공간이 60%에 육박해 자연정원을 그대로 옮겨 놓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선 30%만 넘어도 꽤 쾌적한 곳으로 꼽힙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어서 그런지 산책로에는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각종 언어로 수다를 떠는 동네 아줌마들이 개를 끌고 나와 있었고, 옆에는 인공폭포가 시원하게 물을 뿜고 있었습니다.

집 밖에 나오면 경비원들이 택시를 무전기로 불러주는 광경도 이색적이었습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