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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권기안/고속철 개통이후가 더 중요하다

입력 | 2004-03-28 19:06:00


4월 1일 경부고속철도가 개통된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착공 12년 만에 개통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일본의 신칸센은 1964년에 도쿄∼오사카간 515km를 5년에 완성했는데 우리는 그로부터 40년이 지나 더욱 좋은 기술과 장비를 사용했으면서도 서울∼부산간 412km를 완성하는 데 12년이나 걸렸다. 그것도 일부는 기존선을 사용하는 개통을 하게 되다니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기술은 시속 300km로 달릴 수 있는데도 정치 사회 환경이 12년을 기어 왔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든 고속철도의 개통으로 교통 소요시간이 크게 단축돼 전국이 2시간대 거리로 좁혀졌다. 교통혁명이라 할 정도로 물류의 변화가 올 것이다. 경부선의 선로 용량이 늘어나는 만큼 컨테이너 등 화물 수송이 원활해질 것이다.

하지만 같은 노선의 고속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이나 항공여객이 철도로 편중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들은 경쟁관계이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상호보완적 관계가 돼야 한다는 점에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여객 수요와 물류의 합리적인 흐름을 위한 기반 구축 작업과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교통배분정책을 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속철도가 효율적인 교통수단이 되려면 공항과 철도의 연계, 고속철도역과 지역 대중교통수단의 연계 수송이 원활해져야 한다. 예컨대 행정구역상 아산에 소재한 천안아산역의 경우 천안지역 택시 및 고속버스 노선과의 연계문제가 당장 현안으로 대두돼 있는 식이다.

무엇보다 안전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속도가 서로 다른 열차가 혼용하는 기존선 이용 구간의 안전운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선로와 차량 보수의 정밀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과학적인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고속철도의 개통은 철도운영에도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한국 철도는 이번 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고질적인 경영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객에게 다가가는 서비스로 고객 유치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속도만 자랑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900석이 넘는 일개 열차의 좌석을 다 판매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 한다. 광고 마케팅 등 영업기법을 다양화해 최고의 경영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지속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고속철도 건설 과정에서 우리는 설계와 시공기술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말고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2단계 사업에는 더욱 개량된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 기술로 추진되고 있는 한국형 고속철도차량이 며칠 전 시속 300km 시험 주행에 성공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이와 함께 동서고속철도를 비롯한 새로운 철도망 구축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본다.

한국 철도는 공사화에 따른 조직개편과 맞물려 금년이 난관과 기회가 겹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고속철도 개통을 계기로 우리나라 철도는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로 한 단계 도약하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권기안 서영기술단 고문·전 서울철도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