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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노래밖에 난 몰라…뮤지컬 ‘와이키키…’ 김선영

입력 | 2004-03-29 18:06:00

사진제공 서울뮤지컬컴퍼니


‘그대 내 곁에 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 땜에 내일은 행복할거야’.

뮤지컬 ‘와이키키 브러더스’에서 인희역을 맡은 김선영씨(30·사진)는 원작 영화에서 오지혜가 불렀던 엔딩 곡 ‘사랑 밖엔 난 몰라’를 부르러 나갈 때마다 묘한 느낌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관객들이 마치 아픔을 딛고 첫 무대에 서는 인희를 격려하기 위해 힘찬 박수를 쳐주는 것만 같아 저절로 눈물이 흘러나온다는 것.

“이 노래를 부르는 순간, 인희의 머리에는 지나온 세월이 스치고, 기쁨과 서러움 같은 만감이 교차할 겁니다. 그래서 노래에 기교를 넣지 않고 담담하게 부르려고 노력해요.”

공연을 거듭하며 무대를 보완해온 ‘와이키키 브러더스’는 4월18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 팝콘 하우스에서 공연을 한 뒤 7월 예술의 전당으로 극장을 옮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출연진들의 노래실력. ‘오페라의 유령’에 출연했던 윤영석과 관록의 배우 주원성 추상록으로 구성된 ‘충고 보이스’ 뿐 아니라 김선영 김영주 박준면의 여성트리오 ‘버진 블레이드’는 가히 국내 정상급 실력이라 할 만하다. 특히 버진 블레이드는 ‘위 윌 록 유’(퀸) ‘하늘색 꿈’(로커스트)을 개사한 노래로 객석을 들썩이게 만든다.

여성트리오 중 김 씨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뒤 KBS예술단원으로 활동했으며 가요 음반을 내기도 했다. 99년 ‘페임’(메이블 역)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뒤에는 서울예술단에서 ‘태풍’ ‘바람의 나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연을 맡았다. 이같은 전력을 살려 그는 극중에서 팝송 ‘아이 러브 로큰롤’에서부터 트로트곡 ‘잊혀지질 않아요’(우순실)까지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소화해낸다.

노래도 노래지만 고교 졸업 후 야채장사, 방송국 쇼프로그램 기획자, 보험아줌마로 변신한 여성 트리오의 실감나는 연기는 뮤지컬 ‘맘마미아’ 못지 않게 아줌마 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김 씨는 “뮤지컬에서 공주 같은 여주인공 보다 인희 처럼 다층적 성격의 인물을 연기하는데서 흥미를 느낀다”며 “앞으로 ‘지킬과 하이드’의 루시나 ‘레미제라블’의 에포닌 같은 역할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