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태호감독
“애니메이션 강국 일본에서 우리가 그랑프리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애니메이터의 자부심을 북돋워줍니다.”
단편 애니메이션 ‘아프리카 아프리카’(제작 동우애니메이션·감독 한태호)가 26일 제3회 도쿄국제애니메이션페어(TAF) 공모부문 대상인 그랑프리를 받았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프로듀서와 편집자 등 11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으로부터 “광대한 스케일의 영상이 아름답다” “숭고함마저 느끼게 한다”는 평을 받았다.
올해 TAF는 16개국 182개 작품이 응모한 ‘공모부문’을 비롯해 극장 또는 TV 애니메이션을 대상으로 한 ‘노미네이션 부문’으로 나뉘어졌다. 노미네이션 부문 대상인 ‘올해의 애니메이션’ 상은 일본의 TV시리즈 ‘기동전사 건담 시드’에게 돌아갔다. 공모 부문이 없었던 2001년 제1회 대회에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이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아프리카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그린 단편 애니메이션 ‘아프리카 아프리카’
2002년 8월부터 약 4억1000만원을 들여 제작한 ‘아프리카…’는 9분22초의 고화질(HD) 단편 작품이다.
평소 아프리카의 독특한 아름다움에 매료된 한태호 감독은 2002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지원 사업공모에 ‘아프리카…’의 기획안을 내 당선됐다. 그는 1996년 제1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에서 ‘야경꾼’으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배급받은 수프를 땅에 엎질러버린 아프리카 소녀 ‘딘다루’에게 마을의 풍요를 지켜주는 수호신인 고래가 나타난다. 고래는 그에게 야생동물이 뛰노는 아프리카의 원시적 풍요를 보여준다. 굳어있던 소녀의 얼굴에 처음으로 웃음이 피어난다.
제작진은 풍부하고 화려한 색감, 스케일과 깊이가 있는 화면을 만들기 위해 2D와 3D(입체) 애니메이션 기법을 합성했다.
한 감독은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가혹한 현실에 무뎌져 아름답고 희망적인 미래의 가능성을 잊고 있다”며 “이 작품이 아프리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은 “일본의 한반도 강점은 조선인들의 책임”과 같은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우파 정치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에 의해 이뤄졌다.
“시상자가 이시하라 도지사였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한 스태프가 ‘한국인에게 그랑프리를 주는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더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TAF가 공정한 심사 끝에 한국인에게 상을 준 것은 애니메이션에 대한 일본인들의 깊은 애정 없이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한 감독은 아프리카의 희망적 미래를 그리는 90분 분량의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기획하고 있다.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