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만 멸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네팔의 퐁용어, 호주의 아라바마어 독일의 소르비안어 그리고 러시아의 칸티어….
이들 언어는 모두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제화 추세에 따라 강대국 언어가 세계 공용어로 사용되면서 여러 종족의 독특한 문화와 삶 그리고 정신을 담고 있는 언어들이 점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이런 현상을 ‘전 세계적 전염병(global epidemic)’에 비유하면서 심각성을 경고했다.
▽현황=전 세계 수천종의 언어들이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알래스카 페어뱅크대의 마이클 크라우스 교수 등 언어학자들은 지구상에 사용되고 있는 6500여종의 언어 가운데 3분의 2가 100년 안에 ‘멸종’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일례로 미국 알래스카주의 에스키모 원주민들이 사용했던 20종의 언어 중 현재까지 남아있는 언어는 2종에 불과하다.
러시아 서부 시베리아에 살고 있는 칸티족은 50년간 러시아 문화에 동화되도록 강요받아 왔다. 그 결과 구전으로만 전해져 온 칸티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는 이제 극소수에 불과하다. 시베리아 지역 30여개 언어가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복원 노력=멸종 위기의 언어를 보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러시아 톰스크주 교육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칸티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들의 수가 날로 줄어가면서 이들의 움직임도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칸티어는 2년 내 ‘멸종’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전망.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들은 눈보라 속 수천km의 험한 여행길도 마다하지 않고 멸종 위기의 언어를 구사하는 원주민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잊혀져 가는 민요나 설화 등을 받아 적고 이를 녹음하기 위해서다.
새롭게 발견한 단어들을 모아두고 원주민 어린이들에게 ‘모국어’를 가르쳐 줄 교사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대학 연구진의 몫이다.
톰스크주 연구진은 2008년까지 칸티어 사전을 편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총력을 기울 이고 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