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독이라도 저보다는 낫겠어.”
봄바람이 살랑대는 야구장. 열성 팬의 입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다. 국내에 8명밖에 없다는 프로야구 사령탑. 이들이라고 실수가 없을 리 없다.
행복한 상상 한번 해보자. 바야흐로 프로야구 시즌. 당신이 감독이 된다면 어떨까. 133경기에 이르는 페넌트레이스에서 선발 타순과 투수, 그리고 순발력이 요구되는 대타 기용과 투수 교체, 주루 플레이 등 선수단 운용을 어떻게 할까.
장외에선 불만을 터뜨렸어도 막상 당사자의 입장이 돼보면 막막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거의 한평생을 야구에 종사해 온 베테랑 감독들도 매일 이 문제로 머리를 싸맨다.
감독이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뉜다. 과거는 겉으로 드러난 기록. 삼성 시절 이승엽은 정교함을 겸비한 홈런 타자. 그러나 두산 왼손투수 이혜천에겐 유난히 약했다.
현재는 최근의 기량. 이승엽이라도 요즘 방망이가 시원찮다면 점수가 낮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무명 선수가 최근 5할 타율을 칠 수도 있다. 타율은 낮아도 스윙 메커니즘이 좋고 빨랫줄 같은 직선 타구가 많으면 좋은 점수를 받는다.
미래는 감독의 직관력이다. 왠지 이 선수가 해낼 것 같은 예감, 그리고 최소한 간판선수는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에 관계없이 주전을 보장하는 상호 신뢰감 같은 것들이다.
감독은 평가기준 중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뉘기도 한다. 자기 팀은 물론 상대 선수의 기록과 기량을 분석하느라 매일 밤을 하얗게 지새웠던 김성근 전 LG감독과 조범현 SK감독 같은 이는 ‘데이터 야구’로 불린다. 이에 비해 김응룡 삼성감독과 김인식 전 두산감독은 시즌 내내 중심 타선과 투수진에 거의 변화가 없다. 김응룡 감독이 ‘뚝심의 야구’, 김인식 전 감독이 ‘신뢰의 야구’로 불리는 이유다.
그렇다고 섣불리 어느 한쪽이 낫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금물이다. 둘 다 장점이 있고 극단적으로 치우친 사령탑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누가 더 많은 사전준비를 하고 경기에 임하느냐는 것. 삼성이 올해부터 선동렬 수석코치의 주장에 따라 일주일 후 맞붙게 될 상대 팀의 경기부터 전력분석요원을 파견한다니 놀랍다. 그동안 국내에선 사흘 후 만날 팀만 전력분석요원이 따라붙었다. 삼성이 투자한 만큼 결실을 거둘지, 다른 팀에도 파급효과가 미칠지 궁금하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