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지난 20일 KT&G V투어배구 남자부 플레이오프 LG화재와의 2차전에서 승리해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한 뒤에도 얼굴이 밝지 않았다.
LG화재의 맹추격에 부상 중이던 석진욱(28·1m86)까지 투입해야 했기 때문. 신 감독으로선 석진욱 만큼은 최후까지 아끼고 싶었던 카드.
챔피언결정전 들어 현대캐피탈과 1승1패를 기록해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뒤 신 감독은 30일 3차전에 ‘살림꾼’ 석진욱을 선발 투입한다는 필승 작전을 짰다.
타고난 수비감각을 자랑하는 석진욱은 국내 최고의 수비형 레프트. 석진욱은 그러나 시즌 개막전부터 무릎이 좋지 않아 교체 선수로 잠깐씩 코트에 섰다.
이런 석진욱의 선발출장은 3차전에 임하는 신 감독의 각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석진욱은 29일 병원에서 3차전 출전에 무리가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은 총력전을 다짐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에서 올 시즌 석진욱과 같은 역할을 해온 선수는 레프트 장영기(24·1m88).
키가 작아 조커로 투입되던 장영기는 챔프전 2차전에서는 선발 출장해 18득점을 기록하며 삼성화재 격파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대학(한양대) 시절까지 세터와 라이트를 맡다 현대캐피탈 입단 이후 레프트로 이동, 경기 흐름을 읽는 감각이 탁월한 것이 장점. 또 발이 빠르고 순발력이 뛰어나 블로킹에 잘 걸리지 않는데다 입단 동기인 세터 권영민과 호흡이 잘 맞는 것도 행동반경을 넓혀준 요인이다.
신치용 감독은 “장영기에 대해서는 사실 그동안 블로킹에서 신경을 많이 못썼다”며 “3차전부터는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호철 감독은 “1승 목표를 달성한 만큼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 우리는 앞으로 재미있는 경기를 할 것”이라며 여유를 보였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