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서 가장 머리 좋은 선수가 맡는 포지션은 어디일까. 선뜻 답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가드는 공수 전체를 읽으며 팀을 조율할 능력이 있어야하고, 포워드는 수비수를 속이면서 슈팅할 기회와 위치를 확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센터는 림을 등 뒤에 두고 플레이하는 만큼 뒤통수에 눈이 달린 듯 안보고도 상황을 예측해야 한다. 어느 곳 하나 빠뜨릴 수가 없다. 굳이 답을 내야 한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머리와 관계없이 소화할 수 있는 포지션은?
주로 슈팅을 책임지는 포워드는 상황판단 능력이 떨어져도 정확한 슈팅과 스피드가 있으면 합격권. 리바운드와 골밑 득점, 스크린플레이와 블록슛이 요구되는 센터는 큰 키와 점프력을 갖추면 합격점을 받는다. 이 두 포지션은 신체조건이 뛰어나면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머리까지 좋으면 금상첨화.
이에 반해 가드는 다르다. 팀의 상황을 판단하지 못한 채 자신의 기량만 믿고 플레이하면 좋은 가드로 평가받지 못한다. 가드는 개인플레이보다는 지능적으로 동료들이 쉽게 득점하도록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또 위기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답을 내놓을 수 있을 때 우수한 가드로 인정받는다. 이 정도면 답이 될지 모르겠다.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KCC 이상민과 TG삼보 신기성은 둘 다 부담스러운 상태다. 97∼98, 98∼99시즌 우승 당시 이상민이 맞붙은 상대 가드는 모두 선배인 허재와 강동희로, 져도 본전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후배인 신기성을 만나 사정이 바뀌었다. 공교롭게도 99∼2000시즌 챔프전에서 후배인 SK 황성인에게 우승컵을 내준 기억이 있다. 이상민은 이런 부담을 떨쳐내야 한다.
TG는 지난 시즌 군복무중인 신기성 없이도 우승했다. 그래서 신기성은 마음이 무겁다. ‘이겨봤자 본전’이라는 평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 정규리그 ‘베스트 5’ 투표에서 이상민에게 밀린 것도 부담. 자칫 지나친 경쟁의식으로 게임을 망칠 수도 있다.
이같은 심리까지 음미하면서 챔프전을 보면 재미가 두 배가 된다. 이상민 신기성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물론 두 선수에게는 미안한 노릇이겠지만.
MBC 농구해설위원 cowm55@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