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정부 각 부처는 국민을 ‘기분 좋게’ 해 주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출산 장려를 위해 셋째 자녀의 분만 비용을 전액 건강보험에서 지급하고 둘째 자녀는 분만 비용의 본인부담률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뼈대로 하는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23만명 가운데 10만여명을 정규직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건설교통부는 인천공항고속도로를 관리하는 ㈜신공항하이웨이가 4월부터 시행을 요구한 고속도로통행료 인상을 1년간 동결시켰다.
재정경제부도 택시용 액화석유가스(LPG) 보조금 기한 연장, 아파트 경비용역업체 부가가치세 부과 방침 철회 등을 잇달아 내놓았다. 각종 감세(減稅) 정책도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각 부처는 “통상적인 정책을 수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기분 좋은’ 뉴스는 홍수를 이루는 반면 국민의 고통과 부담이 따르는 정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상한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모든 정책은 ‘비용’을 감안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학의 ‘예산 제약(budget constraint)’ 개념을 빌린다면 개인이나 정부는 정해진 예산 한도 내에서 소비나 지출에서 효율적 선택을 해야 한다. 혜택만 있고 비용은 없는 ‘만병통치약 정책’은 우선 달콤해 보이지만 반드시 후유증을 낳는다.
순천향대 경제금융보험학부 김용하(金龍夏) 교수는 “경기침체로 세수(稅收)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긴축 대신 돈 쓸 궁리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LG경제연구원 조용수(趙庸秀) 연구위원도 “정책적 판단은 정부 몫이지만 각 부처가 효율성을 충분히 검증하고 정책을 결정했는지 의문이 든다”며 “가령 분만 비용을 보조해 준다고 과연 저출산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각 부처의 ‘달콤한 정책’이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이러다가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처럼 ‘정부 정책의 중립성’을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공종식 경제부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