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열리는 제28회 아테네 올림픽 성화가 지난주 봉송됐다. 국내의 탄핵정국과 총선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테네 올림픽에 대한 관심은 가려져 있지만 4년 만에 한 번씩 치러지는 올림픽은 지구촌의 축제임에 분명하다. 특히 우리는 아테네 올림픽을 한반도 평화를 증진하고 남북간 민족애를 촉진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4년 전인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입장식에서의 남북한 동시입장은 한민족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흥분과 감동을 안겨주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분단국인 남한과 북한의 선수단이 하나의 코리아 팀으로 입장한다’고 말하는 순간, 스탠드를 가득 메운 11만 관중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시드니 2000 오케스트라’가 ‘아리랑’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남북한 선수와 교민들은 나직이 따라 부르며 민족이 하나됨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남북한 동시입장은 시드니 올림픽을 지구촌 평화와 화합의 축제로 만든 결정적인 이벤트였고, 이것은 전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시드니 올림픽 동시입장의 사례는 남북한 체육교류의 파급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다른 분야의 교류에 따른 경제적 비용을 감안하면, 동시입장의 경우 별다른 비용을 치르지 않고 그 어느 분야도 해내지 못한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이러한 체육교류의 특성에 비추어 남북한 평화 정착과 화해 실현을 위해 아테네 올림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기에 따라선 현재 정체된 남북한 관계개선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막식 동시입장 정도의 남북 당사자 합의 외에는 진전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안타깝다. 남북한 단일팀 구성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시급히 시작돼야 한다. 올림픽, 월드컵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해 참여하는 것은 남북 당사자간 접촉을 넓히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상호 이해와 신뢰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북한 단일팀이 구성되면 통일기반 조성을 위한 국제여론의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아테네 올림픽 단일팀 구성은 금메달을 몇 개 따느냐, 종합 순위를 몇 단계 올리느냐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올림픽 금메달이 주는 국가 사회적 의미를 냉정히 따져볼 때가 됐다.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 사회통합, 체제우월 입증이 필요했던 과거엔 엘리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고, 이 점에서 올림픽 금메달은 최고의 목표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한국은 더 이상 스포츠를 통해 그 존재를 세계에 알려야 할 만큼 미지의 국가가 아니며, 과거 독재정권 시절처럼 스포츠를 사회통합 도구로 이용해야 할 정도로 정권이 허약하지도 않다. 특히 한반도는 탈냉전 시대로 돌입함으로써 스포츠를 통해 남북한이 대리전을 벌이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됐다.
그렇다면 올림픽 메달에 대한 지나친 집착보다 ‘올림픽을 통한 한반도 평화에의 기여’라는 어젠다에 치중하는 것이 타당하다. 촉박한 일정상 전면적인 단일팀 구성은 어렵겠지만 최소한의 종목에 한정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반드시 남북한 단일팀을 구성할 것을 기대하며, 남북한 당국은 민족적 견지에서 단일팀을 성사시키기 바란다.
안민석 중앙대 교수·스포츠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