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머리 아일랜드 대사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와 노사(勞使) 파트너십으로 국가를 개조했다.”
폴 머리 주한 아일랜드 대사는 24일 서울 중구 남창동 아일랜드 대사관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직 진행 중인 아일랜드 경제기적의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일랜드는 최근 삼성전자 황창규(黃昌奎) 사장이 한국경제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지목한 유럽의 ‘강소국(强小國)’중 하나.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6000달러로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2위. 국민소득은 10년 만에 갑절이 됐다.
최근 5년간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증가율은 8.4%로 한국(4.6%)의 2배에 가깝다. 인구 400만명의 아일랜드가 지난해 유치한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417억달러. 12억 인구의 중국이 570억달러를 유치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아일랜드 경제성장의 비결은….
“아일랜드는 1950년대까지 패쇄적 경제체제를 유지했다. 65년 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73년 EU에 가입했다. 69년 아일랜드투자청(IDA)을 설립해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 나섰다. 이후 세계화를 추진할 수 있었다.”
―1980년대 어려웠던 시기도 있었는데….
“실업률이 최고 18%까지 올라갔고 통화위기까지 경험했다. 노사간 사회적 파트너십을 추구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당시 위기를 극복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의 질이 높아졌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확보했다. 생산성이 증가하고 투자도 확대됐다.”
―노사간 파트너십이 가능했던 이유는….
“성숙한 사회였기 때문이라고 본다. 모두가 함께 문제를 풀겠다고 생각했다. 노사 파트너십을 통해 처음에는 임금수준만 결정했지만 지금은 복지제도, 세금 등도 다룬다.”
―외국기업에 대한 의존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산업은 외국기업이 기반을 닦았지만 기술이전과 확산으로 지금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절반 이상이 국내기업이다. 세계적 침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일자리 4만5000개를 창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과의 경제협력 전망은….
“외국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추구하기 위해 98년 ‘기업 아일랜드(Enterprise Ireland)’를 설립했다. 한국에도 올 1월 지사를 설립했다. 아일랜드는 노동집약적 제조업을 유치하기보다는 첨단 연구개발 중심의 협력을 원한다. 가령 한국이 자랑하는 하드웨어와 무선통신 기술을 아일랜드의 소프트웨어 기술과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