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중인 진로가 올해 말까지 주인 없는 회사로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이원(李元) 진로 법정관리인은 최근 법원에서 열린 채권자 집회에서 정리계획안 인가 이후 1년 이내에 인수합병(M&A)을 추진하되 진로재팬 주주권 분쟁 해소를 인수합병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의 핵심 해외 자산인 진로재팬은 서류상 진로홍콩 소유로 돼 있으며 진로홍콩의 최대 채권자는 ㈜진로의 2대 채권자인 골드만삭스다. 진로 관리인과 진로홍콩은 각각 국내 법원에 진로재팬의 주권확인 청구소송을 낸 상태다.
진로 관리인은 "진로홍콩 임시 청산인이 '진로재팬에 대한 주식 소유권이 진로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거나 '진로재팬 주식이 ㈜진로의 최종 인수자에게 무상 귀속된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 측은 진로의 M&A 추진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법원에 전달했지만 진로재팬 주식의 무상 귀속 등 미묘한 부분에는 이렇다 할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진로의 최대 채권자로 진로 인수 의사를 밝힌 대한전선을 인수합병을 조건 없이 조기에 추진하면서 주주권 분쟁 등을 해소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따라 진로의 새 경영자는 적어도 올해 안에는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채권단과 관리인 사이의 이견이 조정되지 않으면 진로의 정리계획인가 결정이 빨리 나오기 어렵고 그 이후의 M&A 일정도 순차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진로 관리인과 대한전선 골드만삭스 등은 정리계획인가 이후 1년 안에 △매각주간사 선정 △M&A 시행공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절차를 거쳐 M&A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정리계획안을 낸 적이 있다.
하지만 주주권 분쟁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진로의 매각 절차가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