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로 가계의 생활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엥겔계수가 1999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엥겔계수는 14.4%로 2002년의 14.2%에 비해 0.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엥겔계수는 1995년 16.5%에서 96년 15.4%, 97년 15.2%로 계속 하락하다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98년 16.1%, 99년 16.2%로 2년 연속 상승했다. 그러나 외환위기의 충격이 가시면서 2000년 15.5%, 2001년 14.8%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식료품에 술 이외의 음료를 합한 지출의 비중도 2002년의 15.1%에서 지난해 15.2%로 0.1%포인트 증가했다. 또 식료품에 비주류 음료와 주류까지 포함한 지출의 비중 역시 15.7%에서 15.8%로 상승했다.
엥겔계수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경기침체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가계가 불요불급한 소비를 억제해 전체 지출 가운데 식료품비의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안용성(安容成) 한은 국민소득팀장은 “이는 지난해 일반 가계가 경제상황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크게 줄였다는 뜻”이라면서 “이 조사에는 외식비가 빠져 있고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도시근로자 가구를 대상으로 산출하는 통계청의 엥겔계수 조사와는 결과가 다소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엥겔계수란
가계의 소비지출 가운데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 저소득층일수록 계수가 높아진다. 따라서 계수가 높아지면 소득이나 생활형편이 나빠진 것으로 해석된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