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이후 재·보궐선거를 노려라.”
개정 선거법의 엄격한 적용으로 무더기 재·보궐선거가 예상되자 자천타천의 후보들 사이에서 ‘2차 선거를 준비하자’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9일까지 총선 출마자가 포함된 203건의 선거법 위반행위를 검찰에 고발하자 재·보궐선거를 겨냥해 뛰는 후보자까지 눈에 띄고 있다.
이번 총선의 당선자가 5월 6일 이전 당선 무효될 경우에는 6월 5일, 5월 7일 이후 무효될 경우엔 10월 30일 각각 해당 지역구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재·보궐선거를 기다리는 후보는 정치신인들이 몰린 열린우리당에 상대적으로 많다. 경선에서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후보가 많기 때문이다.
수도권 경선에서 탈락한 열린우리당 A씨는 “정치신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수요가 많은 만큼 총선 뒤 당을 떠나 연구원 생활을 하며 ‘경력 세탁’을 한 뒤 9월경 정치권에 복귀하겠다”며 경선에서 떨어진 지역에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영남권 경선에서 탈락한 같은 당 B씨는 지역구를 옮겨 재·보궐선거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는 지역구 수가 적어 상대적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을 기회도 많고 중앙당의 ‘지원 사격’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선 갈수록 탄핵 후폭풍의 위세가 가라앉고 있어 재·보궐선거의 당선 가능성이 총선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부산 부산진을 공천에서 탈락한 황준동(黃俊東) 전 대표특보는 사무실과 자원봉사자들을 그대로 가동하며 여론조사도 하고 있다. 그는 “당을 최대한 돕겠지만 총선 후 기회를 대비해 ‘비상체제’는 그대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이번에는 기력만 소진할 뿐”이라며 아예 때를 기다리겠다는 후보들이 적지 않다.
불출마를 선언한 고진부(高珍富·제주 서귀포-남제주) 의원은 “탈당이나 정계 은퇴를 하는 것은 아니며, 정상적 평가를 받을 환경이 되면 언제든 다시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29일 탈당과 불출마를 선언한 설훈(薛勳) 의원은 “재선거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