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FM방송의 ‘브렉퍼스트 클럽’을 진행하는 이에리카씨는 ‘출근길 스트레스 타파’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박주일기자
한국에 사는 캐나다 교포 이에리카(32)는 ‘두 얼굴의 여인’이다.
오전 7시부터 9시까지는 ‘톡톡 튀는’ DJ가 되는 시간. 영어전용 라디오방송 아리랑FM에서 ‘브렉퍼스트 클럽’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경쾌한 목소리로 음악과 시사정보를 전달한다.
이 시간이 끝나면 ‘진지함’으로 무장한 금융 컨설턴트로 변신할 차례. 오후에 그는 ‘엔트러스트’라는 금융컨설팅 회사의 대표가 돼서 한국기업과 외국자본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에 몰두한다.
큰돈이 오가는 금융컨설팅 사업에 자칫 가벼워 보이는 DJ 활동이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을까. 그는 고개를 젓는다. “외국은행 간부들과 협상을 하다보면 제 프로그램 팬도 자주 만나는 걸요. 협상 내용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처리하되 회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유지하는 것이 사업 성공의 비결입니다.”
지난해 그는 국내 반도체회사의 외국자본 유치 업무를 맡아 60억원 상당의 자금을 끌어들이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캐다나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사고방식에서부터 식성, 한글 실력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영락없는 한국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캐나다와 한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던 그는 2000년 결혼한 ‘토종 한국인’ 남편의 권유로 아예 한국으로 사업 본거지를 옮겼다. 지난해 아리랑FM이 개국할 때 친구의 소개로 ‘브렉퍼스트 클럽’을 맡게 됐으며 올 초부터는 교통방송에서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와 방송활동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이라는 질문에 그는 한참 생각한 끝에 “마이크 앞에 서는 것이 더 적성에 맞는 듯하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기회가 닿으면 TV 방송에도 진출해보고 싶다”면서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처럼 폭넓은 사랑을 받은 토크쇼 진행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