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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84]글 읽기는 곧 腦운동이다

입력 | 2004-03-31 19:17:00

그래픽 강동영 기사 kdy184@donga.com


요즘처럼 방송매체나 인터넷을 통한 정보 교환이 활발하지 않았을 때, 신문이나 책 같은 인쇄매체는 정보교환의 주요한 수단일 뿐 아니라 삶의 지혜를 보관하는 보고였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도 책이나 신문은 다른 매체와는 또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다.

TV나 영화를 보는 것은 외부의 자극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불과하지만, 책을 읽는 행위는 읽는 사람 스스로 책 내용을 받아들이는 속도를 조절하거나 적극적으로 글의 의미를 찾는 등 주도권을 쥘 수 있게 해준다. 즉, 다른 매체보다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

글을 읽을 때 우리의 뇌는 어떤 반응을 할까? 일반적으로는 좌측 뇌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우측 뇌를 비롯해 전두엽, 측두엽, 소뇌 등 여러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렇게 뇌의 많은 부분들이 활성화되는 이유는 글을 읽는다는 행위엔 내용에 대한 의미론적 해석과 더불어 시각과 청각, 운동영역, 운동 보조 조절 영역들이 모두 이용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뇌의 발육이나 발달을 촉진하고 퇴행을 예방함으로써 뇌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어릴 때 책을 많이 읽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더 똑똑하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어린 아이들의 뇌는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하다. 무엇이든지 쉽게 바로 입력된다. 이럴 때 다양한 방면의 책을 읽는다면 후일 언어구사 능력이 탁월해지고, 상식이 풍부해지며, 추론과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된다.

뇌의 신경회로는 사용하면 할수록 강화되고, 사용하지 않는 신경회로는 약화된다. 즉, 어릴 때 종합적 사고를 요하는 책을 많이 읽을수록 아이들의 신경회로가 강화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린 아이들이 읽기를 지속적으로 한다면 집중력도 기를 수 있다.

청소년기의 책 읽기는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면서 겪는 혼란을 극복하고 삶의 목표를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때는 자아가 강하게 형성되는 시기여서 편집증적 책 읽기에 몰입하면 해를 입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중년의 책 읽기는 삶에 찌든 마음에 사색의 시간을 제공한다. 밖으로만 향하는 자신의 정신을 내면으로 돌리게 함으로써 마음의 여유와 안정을 주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특히 책 읽기를 지속하면 뇌를 운동시키는 효과가 있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