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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동아에 바란다]독자에 충실한가 끊임없이 되물어야

입력 | 2004-03-31 19:23:00


연세대의 공식 언론기관인 ‘연세춘추’는 항상 대학언론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기자들은 밤샘 토론을 해가며 ‘연세춘추’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인다. 언론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늘 기자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 일간지인 동아일보는 이런 고민이 더욱 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동아일보는 ‘조중동’이란 주류언론의 하나로 낯익다. 그래서 학생들의 동아일보에 대한 입장도 주류언론이라는 큰 틀 속에 갇혀 있다.

그러나 우리 부모 세대에게 동아일보는 다르다. 1970년대 동아일보를 정의했던 ‘국민광고 사건’처럼 동아일보는 ‘서슬 푸른’ 군사독재시절 민주화에 앞장 선 대표적 신문이었다. 한 장 한 장 국민들의 쌈짓돈으로 꾸려진 지면에 국민들의 호응과 기대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바라건대 현재 동아일보 지면에 그때의 희망, 우리 부모 세대의 바람이 여전히 살아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최근 동아일보의 일부 보도는 국민여론을 충실히 반영하기보다 정국에 대한 피상적 전달에 그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한 예로 탄핵정국에 대한 최근의 사설은 여느 신문과 다름없이 국회의원들에 대한 총선 책임론을 주장한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부족했다면 그것을 지적해야 하고, 탄핵이 야당의 정치공세에 불과했다면 그 의도를 묻고 비판해야 한다. 나아가 동아일보는 탄핵정국이 조장하는 극단적 국론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해결책을 더욱 강하게 제시해야 한다.

또 동아일보가 주류언론이라는 지위와 시장에서의 발행부수 경쟁에 치우쳐 국민의 다양한 의견 속에 보수적 견해에 더 무게를 두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동아일보에는 인간의 따뜻한 애정과 풍부한 지식들로 가득 찬 좋은 기사들이 많다. 2월 22일부터 문화면에 연재되고 있는 ‘흑백시대 가로지르기’에서 나는 정지된 책으로서의 지식이 아닌 살아 꿈틀대는 신문 속에서의 지식을 봤다. 해답이 없는 인문학의 곳곳을 파고들며 쏟아낸 의견들에 많은 흥미를 느꼈다. 특히 5회에 연재된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연결고리에 대한 기사는 인문학 전공자인 내게 인문학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생각하게 했다.

동아일보는 한국 사회를 책임지는 일간지로서 그 임무가 막중하다. 그 임무는 독자의 다양한 의견과 개성을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한다는 진리 속에서 완성된다.

이승은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