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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동아에 바란다]사회변화는 ‘초속’ 신문보도는?

입력 | 2004-03-31 19:25:00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는 독일의 대문호 마르틴 발저가 한 말을 필자는 좋아한다.

‘펜이 무기보다 강하다’는 오래된 격언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지식정보사회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글이 그 어떤 것보다 강한 힘을 지닐 수 있음을 우리는 실제로 목격하고 있다. 더욱이 세대와 계층을 불문하고 매일 친숙하게 접하게 되는 언론의 경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한 세기가 넘는 우리나라 언론 역사에서 동아일보의 비중은 적지 않다. 우리 민족이 겪어온 격동의 역사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분야를 보면 국내 인터넷 사용 인구가 2000만명을 넘어선 것이 불과 2∼3년임을 생각할 때 100년에 가까운 시간은 감히 비교하기조차 외람된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책임이 많이 따르는 위치에 있고, 변화의 흐름을 주도해야 할 책무도 더 강하게 느껴야 하리라고 생각한다. 시간과 공간의 벽이 무색해지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과 정보가 나오는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신속하고 정확한 양질의 정보일 것이다.

동아일보도 인터넷이 미디어의 역할을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는 추세에 맞춘 의미 있는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지식정보사회에 발맞춰 우리 삶의 일면이 되고 있는 IT 관련 기사의 비중을 높이고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문화적 변화상을 그려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전문지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산업 살리기나 일반인의 보안의식 제고에 대한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중앙일간지, 특히 동아일보 같은 유력 매체에서 그런 역할을 선도적으로 해나가기를 희망한다.

필자는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선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 장기적인 안목, 기초와 기본에 대한 중요성 인식, 그리고 그러한 인식에 기반을 둔 사회적 시스템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동아일보는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해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적합한 대안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그래서 무서운 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세계적 강대국인 일본 사이에서 한국이 생존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변화를 선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