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들 수 없다...’ 몰디브와의 경기에서 졸전 끝에 무승부를 이룬 한국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걸어나오고 있다. 몰디브=연합
답답한 한판이었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뤘던 한국축구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31일 몰디브의 말레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7조 한국-몰디브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2위의 한국은 142위의 약체 몰디브와의 첫 국가대표팀간 경기에서 대승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0-0으로 비겼다.
섭씨 30도를 훨씬 웃도는 무더위 속에 적지에서 열린 경기라고는 하지만 한국팀은 전후반 90분 동안 몰디브의 밀집수비를 뚫지 못하고 이렇다 할 슈팅기회조차 만들어내지 못해 월드컵 4강국의 체면을 구겼다. 오히려 설기현(안데를레흐트) 박요셉 이을용(이상 서울) 등이 줄줄이 경고를 받아 다음 경기에 부담을 안게 됐다.
지난해 베트남 오만전 연패에 이어 또 한번 축구팬에게 충격을 안긴 한국 대표팀은 이날 같은 조의 레바논이 베트남에 2-0으로 승리함에 따라 1승1무(승점 4)를 기록, 레바논 베트남(승점 3)에 앞서 간신히 조 1위에 나섰다. 한국은 6월 9일 베트남을 홈으로 불러들여 3차전을 갖는다.
한국은 안정환(요코하마) 설기현 이을용 이영표(아인트호벤) 송종국(페예노르트) 김태영 김남일(이상 전남) 최진철(전북) 이운재(수원) 등 2002월드컵의 주역 8명을 포진시키고도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한국은 전반 안정환과 설기현이 몰디브 골문을 두드렸으나 골을 넣지 못했고 오히려 29분 김태영의 수비 파울로 몰디브에 골문 바로 앞에서 간접 프리킥을 내주며 위기를 맞았다. 후반 들어서도 한국은 몰디브의 밀집수비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해법을 찾지 못한 채 헛발질만 거듭했다.
이날 졸전으로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은 다시 한번 지도력과 전술 구사에 문제를 드러냈다. 그의 부임 후 성적은 9승3무6패.
‘쿠엘류호’는 지난해 오만과 베트남에 연패, 축구팬들에게 견디기 힘든 충격을 던져준 데 이어 동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에서도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새해 들어 오만과의 평가전에서 통쾌한 복수전을 연출하고 레바논과의 월드컵 예선 첫 경기에서 2-0으로 낙승을 거두며 심기일전하는 듯했던 ‘쿠엘류호, 그러나 이번 몰디브와의 졸전으로 다시 한번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평양에서 열린 5조의 북한-아랍에미리트의 경기 역시 0-0으로 비겼다. 북한은 2무를, 아랍에미리트는 1승1무를 각각 기록했다.
한편 평양에서 열린 5조 경기에서는 북한과 아랍에미리트가 0-0으로 비겼다. 북한은 2무, 아랍에미리트는 1승1무.
또 3조의 일본은 싱가포르에 2-1로 신승, 2승을 기록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 한국축구 졸전 약사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120계단이나 떨어지는 몰디브를 맞아 수준 이하의 플레이로 일관한 것은 ‘어이없는 졸전’ 중의 하나다. 지난해 10월 오만 원정경기로 치러졌던 아시안컵 2차 예선에서 베트남과 오만에 0-1, 1-3으로 연패해 축구팬들에게 악몽을 전해준 데 이은 또 하나의 충격인 셈.
한국은 강호로 군림하면서도 유독 약팀에 약한 징크스를 갖고 있다. 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서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지만 8강전에서 2명이 퇴장당한 태국에 연장 끝에 1-2로 패한 것도 아픈 기억.
85년 3월 멕시코월드컵 예선에서는 말레이시아 원정경기에 나섰다가 0-1로 어이없는 패배를 당해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다. 또 94년 히로시마아시아경기 준결승에서는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우즈베키스탄을 맞아 소나기 슈팅을 쏘아대면서도 한 골도 뽑아내지 못한 채 결국 기습 골을 먹어 0-1로 지는 치욕을 당한 바 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월드컵 아시아예선 7조 중간순위(31일)
순위
국가
승
무
패
승점
득
실
차
①
한국
1
1
0
4
2
0
+2
②
베트남
1
0
1
3
4
2
+2
③
레바논
1
0
1
3
2
2
0
④
몰디브
0
1
1
1
0
4
-4